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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넘을 수 없는 금융권 '계급'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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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고졸 직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발언이 화제를 낳고 있다. 금융권에서 고졸 채용을 늘리겠다고 공언하면서도 대부분은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가운데, 강 회장의 통 큰 결단이 두드러져 보였기 때문이다. 고졸 직원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것은 이미 당연한 일이 됐다.


기업은행과 산은의 움직임에 영향받아 은행들이 저마다 고졸 직원 채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부분이 계약직으로 은행 창구업무만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2년 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도 정규직 전환이 불투명한 데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돼도 임금 및 승진 체계가 대졸 직원들과 다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졸 출신의 경우 꼬리표가 끝까지 따라다니며 은행 내부의 은근한 차별 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겉으로는 대졸 직원과 고졸 직원 사이의 벽을 허문 것처럼 보이지만, 차별의 벽은 여전히 강고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고졸 직원들은 실력으로는 대졸 직원들과 별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지난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우수한 상고 출신 직원들이 여럿 배출됐고, 상고 출신의 지점장들이 아직 지점을 지키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일각에서는 이번 고졸 채용 확대를 두고 '대졸 직원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금감원 직원은 "대학생 학부모라고 밝힌 한 남성이 '백수 대학생들이 이렇게 많은데 고졸 채용을 늘린다는 게 말이나 되냐'며 항의를 해 왔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실상은 고졸 차별을 철폐한 것도, 기존 대졸자들의 지위가 위협받게 된 것과도 거리가 멀다. 여전히 고졸 직원들은 대졸 직원들에 비해 차별 대상이다.

약자에 대한 선긋기는 금융계의 '선비'로 통하는 한국은행에서도 마찬가지다. 한은은 26일, 27일 이틀간에 걸쳐 내부에서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연례적으로 치러지는 행사지만,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상사와 부하 사이의 불미스런 성희롱 사건이다. 팀장급 남자 직원이 계약직 사무보조 여직원에게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며 성희롱을 했고, 이 사건이 한은 내부에 알려지며 조직을 발칵 뒤집은 것.


한은 측은 재빨리 해당 팀장을 대기발령내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사건을 덮었다. 한은법 개정 등 굵직한 이슈가 걸린 시점에서 불미스런 사건을 외부에 드러내기 껄끄럽다는 심사다. 한은 관계자는 "오픈(공개)돼서 좋을 것이 아니다"라며 "공론화 필요성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 정도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건 성희롱 피해자 여직원의 조직 내 지위다. 사무보조원은 계약직의 일종으로, 정직원과 달리 2년을 넘기지 않는 '단기인력'이며 인원도 부서 당 1~2명에 불과하다. 한은이 굳이 껄끄러운 사건을 외부로 드러내면서까지 보호해 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공산이 크다. 한 한은 직원은 "계약직은 한은 조직 내의 약자다. 정직원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중수 총재는 올해 신년사를 '친애하는 한국은행 가족 여러분'이라는 말로 시작했지만, 그 가족의 범위에 아마도 계약직 직원은 포함되지 않는 것 같다.




이지은 기자 leez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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