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모든 것은 공자위(공적자금관리위원회) 몫이죠. 우리는 그냥 지켜볼 따름입니다."
우리금융 민영화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매각 대상인 우리금융지주 임직원들이 기자들에게 하는 멘트다. 모든 임직원이 한 데 모여 예행연습이라도 한 것일까? 단어 하나하나는 물론 억양까지도 닮았다. 사모펀드(PEF)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정부의 우리금융 매각이 이번에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밝아진 표정과 목소리는 감추기 힘든 모양이다. 특히 민영화 관련 부서의 표정이 느긋하다. 농반진반으로 "예비입찰 제안서 접수가 마감되는 8월17일까지 여름휴가를 다녀온 뒤 느긋하게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한다. 고위 관계자 한 명은 "설마 정부가 우리나라 대표 은행을 사모펀드에 넘길 수 있겠느냐"고 되묻기도 한다. 민영화든, 매각이든 모든 것이 상식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단서를 달고 하는 말이다.
우리금융이 자신있게 '우리나라 대표 은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도 생겼다. 최근 '더 뱅커(The Banker)'지가 우리금융을 국내 금융지주사 1위로 선정한 것이다. 11년만에 KB금융을 제치고 1위를 탈환하자 이 회장은 전직원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칭찬하기도 했다. 한 직원은 "생각보다 1위라는 숫자가 자극은 물론 자신감을 준다"고 털어놓았다. 한 달 전만 해도 "민영화 때문에 지칠대로 지쳤다"고 푸념하던 직원이다.
매각이 무산된 이후의 '독자경영 우리금융'을 꿈꾸는 직원도 많아졌다. 민영화가 매번 무산된 만큼 이제는 국민주 방식 외에 대안이 없다는 주장이다. 노조가 크게 반기는 것은 물론이다.
어쨌든 최근 우리금융은 멈췄던 기계가 다시 돌아가는 모양새다. 그런데 문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며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우리금융의 '좋은 날'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하는 것이다. 최근의 상황변화가 내생변수에 의한 게 아니라 외생변수에 의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편으로 안쓰럽기도 하다. 또 어쩌면 그 때문에 그들이 국민주 방식의 민영화를 그토록 염원하는지도 모르겠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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