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어려움을 겪어 본 사람이 나누는 것도 잘하는 법이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정병국)가 운영하는 문학 작가 재능 기부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동문학가 송언(56ㆍ사진)씨의 말이다. 문화부는 2009년부터 소외 지역 도서관에 문학 작가를 파견해 강연을 하는 등 관련 사업을 해왔으나 늘 예산이 문제였다. 부족한 예산과 점점 늘어나는 도서관 측 수요를 맞추려 마련된 게 바로 문학 작가가 도서관을 찾아 무료로 강연을 하는 재능 기부 프로그램이다.
14일에 처음 시작된 이 재능 기부 프로그램에서 송씨는 지역 도서관 25곳으로부터 강연 요청을 받았다.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한 다른 작가 27명이 1~3곳에서 강연을 하는 것에 비하면 눈에 띄게 많은 숫자다. 송씨는 이렇게 많은 곳에서 요청이 들어온 걸 보고 문화부도 그렇고 자신도 많이 놀랐다며 "9년 동안 해직 교사 생활을 하면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는데, 이제야 다른 어려운 이들에게 내가 가진 걸 나눌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송씨를 만나러 서울 광진구에 있는 서울중광초등학교를 찾았다. 19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그 여름의 초상'이 당선돼 소설가로 등단을 한 송씨는 이듬해부터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소설가로서만 밥벌이를 할 자신이 없어서였다. 교사 생활 9년째에 접어들던 1989년 7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탈퇴를 거부한 그에게 해직 명령이 떨어졌다. 탈퇴 각서를 쓰지 않은 다른 동료 교사 1500명과 함께였다.
부조리와 비리가 넘쳐나던 당시 교육 사회를 바꾸겠다는 일념으로 전교조 활동에 나섰던 송씨는 전교조 내 어린이 사업을 맡아 하면서 아동문학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그렇게 소설을 떠나 아동문학의 세계로 들어섰다. 해직된 지 9년 만인 1998년 9월 복직한 그는 거리의 교사로 살아야 했던 그 시간이 힘들었다면서도 "지금 돌이켜봐도 후회는 없다"고 했다. 쌀독에 쌀이 떨어질 만큼 경제적으로는 어려웠지만 그런 어려운 시절을 겪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자신이 가진 걸 나눌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송씨는 오는 20일 서대문 도서관 강연을 시작으로 11월12일까지, 다섯 달을 꼬박 재능 기부 프로그램을 위해 쓸 생각이다. '동화 속 아이들, 동화 밖 아이들'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송씨의 강연엔 아이들과 학부모가 함께 참여할 수 있다. 그는 "아동문학을 매개로 아이들과 학부모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나 역시 이들과 소통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25번의 축제를 즐기려 한다"고 전했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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