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애플코리아가 위치정보 수집에 따른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위자료를 신청한 개인에게 위자료 100만원을 지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치정보법 위반 조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집단소송으로 확산될 지 주목되고 있다.
◆법원, 애플 위자료 지급 결정=14일 창원지방법원은 지난 4월 26일 김형석 씨(37세, 변호사)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위자료 지급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씨는 애플이 위치정보를 수집해 사생활은 물론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애플이 아무 의견도 내놓지 않자 위자료 지급 결정을 내렸다.
애플은 위자료 지급도 하지 않았다. 결국 법원은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통해 김씨에게 99만8000원(수수료 2000원 제외)의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했다.
애플이 개인에게 위치정보 수집과 관련한 위자료를 처음으로 지급했지만 판결을 통해 얻은 결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소송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 왜 무대응으로 일관했나=애플은 한국에서 진행된 이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향후 미칠 파장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소송에 적극 대응하다 패소할 경우 판례가 돼 향후 소송에서 불리한 입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철저히 무대응하면서 법원의 판결까지 가지 않고 결정으로 마무리해 향후 위험부담을 줄이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결정의 경우 판례가 될 수 없기 때문에 향후 유사 재판에서 참고자료로만 활용될 뿐이다.
첫 판결이 강력한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있는 한국에서 진행된다는 점도 부담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첫 소송이 한국에서 진행되면서 상대적으로 보이지 않은 손을 걱정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첫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진행되는 소송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방통위로부터 위치정보법 위반 여부를 조사받고 있으며 미국 등의 정부로부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를 조사받고 있다.
◆방통위 조사에 영향 미치나=애플이 위자료 청구소송에 대응하지 않은 이유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사결과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방통위 조사의 경우 위치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로 이번 소송의 핵심인 사생활 보호와 차이는 있지만 근본적인 접근에는 유사성이 있다.
만약 애플이 이번 소송에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 승소를 할 경우 별 문제가 없지만 패소한다면 문제가 커진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조사중인 애플의 위치정보보호법 위반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절대 져서는 안되는 입장이다 보니 아예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섣불리 대응했다가 소송에 질 경우 방통위의 조사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방통위가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이전에는 대응하지 않기로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따른 관계자는 "애플이 이번 위자료 청구 소송에 대응하지 않아 방통위가 조사중인 조사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집단 소송이 본격적으로 제기 될 경우 대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만약 대응한다면 방통위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어 향후 애플이 불리한 입장에 처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집단소송으로 번지나=현재 애플은 김씨가 제기한 소송과 유사한 소송에 직면해 있다.
지난 4월 29일 아이폰 사용자 29명이 서울중앙지법에 김씨와 같은 내용으로 애플에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1인당 80만원, 총 232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이와 별도로 자신들이 구매한 아이폰의 환불조치도 함께 요구했다.
여기에 더해 위자료를 지급받은 김씨 역시 추가 소송을 준비중이다. 김씨가 소속된 창원의 법무법인 미래로는 인터넷을 통해 위치정보 수집 피해 소송 참가단을 모집중이다. 미래로는 소송참가절차를 안내하고 접수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www.sueapple.co.kr)을 준비중이다.
자칫하면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용자 전체로 집단 소송이 확대될 수도 있다. 특히 애플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비슷한 소송에 직면해 있어 집단 소송이 본격화될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한편, 애플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답변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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