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핫 이슈'는 항상 돈벌이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더반에서 빛났던 김연아의 의상은 고가에 판매될 예정이며, 인기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 속 음원은 수백억원 대 시장을 형성했다. '대중의 관심=흥행수표'라는 공식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최근 자산운용업계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건의한 '학자금 펀드'는 상반기 최대 이슈였던 '반값 등록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하다. 금융투자협회와 주요 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물인데, 10년 이상 대학 등록금 용도로 적립하는 펀드에 대해 300만원을 한도로 연간 납입 금액의 50%를 소득공제해 주자는 것이 골자다. 이 건의안을 관계부처에서 승인하면 투자자들은 불입 기간 소득공제를 받게 되고, 일시에 등록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도 크게 덜 수 있다.
그러나 학자금 펀드의 최대 수혜자가 누구인지를 따져보면 입맛이 씁쓸하다. 정부와 학부모는 각각 세수 감소와 투자 성과의 불확실성이라는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지만 운용사가 짊어질 부담은 아예 없다. 오히려 소득공제를 내세워 10년 이상 꾸준히 돈을 맡겨줄 든든한 투자자들을 손쉽게 모집할 수 있다. 현재 제시된 건의안 기준으로는 기존 주식형 펀드와 크게 차별을 두지 않고 운용될 방침이므로 추가적인 인력이나 시스템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재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제출된 건의안 어디에도 '수수료 및 보수 인하'같이 운용사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입자에 대한 적극적인 혜택은 눈에 띄지 않는다. 승인된 이후에나 구체적으로 논의해 보겠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인 듯하다.
학자금 펀드의 전신(前身) 격인 어린이 펀드의 현황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등록금을 포함한 자녀양육 비용 부담을 완화시키겠다며 출시한 이 펀드의 수익률은 운용사 펀드별로 10배(5년 수익률 기준) 이상 벌어진다. 출시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펀드도 있다. 업계 차원에서의 관리 방안도,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다는 얘기다.
자산운용사도 엄연히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다. 돈을 벌어야 살아남는다. 하지만 반값 등록금이라는 이슈를 등에 업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절실한 심정으로 펀드에 투자할 학부모에 대한 책임감이 필요하다. 금융시장의 톱니바퀴는 수요와 공급, 신뢰가 맞물려야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
김현정 기자 alpha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