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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물가안정, 기업 팔비틀기론 안 된다

시계아이콘01분 01초 소요

정유사들의 기름값 한시 인하가 오늘 자정 끝난다. SK를 필두로 ℓ당 100원씩 할인하기로 한 3개월 시한이 다 돼 휘발유ㆍ경유 가격은 다시 원 상태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실 지난 3개월은 정유사나 주유소, 소비자 모두 불만스러운 기간이었다. 정유사는 정부의 압박에 떠밀려 손해를 봤다고 울상이다. 주유소는 할인 폭이 100원에 못 미치자 고객들에게 항의를 받고 기름 사재기의 주범으로 몰리는 등 중간에서 욕만 먹는다며 억울해 했다. 고객은 정유사 발표보다 할인 폭이 적은 데다 재고 부족을 이유로 경유를 넣기 어려워지자 불만을 터뜨렸다.

인하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발표는 4월6일에 했지만 준비가 안 됐다며 정작 값이 떨어진 시점은 일 주일 뒤였는데, 환원 시점은 에누리 없이 시한이 종료되는 오늘 자정이다. 시행 한 달 뒤 할인 폭은 100원이 아닌 평균 54원 수준에 그쳤다. 석 달 시한이 가까워 오자 기름값이 환원된 뒤 팔아 이익을 챙기려는 일부 주유소들이 사재기에 나섰다. 소비자에게 환영받을 줄 알았는데 호응은 적고 이해 당사자끼리 갈등만 키운 셈이다.


할인 종료 시한이 다가오자 정부는 또다시 정유사를 압박했다. 지식경제부 장관이 "아름답게 내린 만큼 올리는 과정에서도 아름다움을 유지해달라"고 주문했고, GS칼텍스가 단계적으로 올리겠다고 화답했다. 공정거래위원장은 "정유사들의 기름값 원상복구 과정을 감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은 정부가 기업을 압박해 특정 품목의 가격을 낮추도록 하는 편법적인 단기 이벤트성 정책의 한계와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기름값 할인 잔치는 끝났다. 마침 휴가철이라 전 세계적으로 유류 소비가 증가해 국제유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물가는 뜀박질하는데 봉급은 아기 걸음이라 1ㆍ4분기 실질임금이 1년6개월 만에 감소세로 바뀌었다. 기름값만큼 심리적으로 물가오름세에 영향을 미치는 품목도 없는데 정부는 여전히 정유사만 바라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물가를 안정시키려면 금리와 환율, 재정 등 정공법을 택해야지 기업더러 성의 표시를 하라는 식은 곤란하다. 정부는 기업을 압박하는 대신 할당관세나 유류세를 낮추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물론 소비자도 에너지 절약에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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