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백일엔 백설기하고 수수망생이(수수팥떡) 같은 백일 떡을 해주는데, 이 수수망생이를 동그랗게 세 개 만든 다음에 빨래터에 가서 물에 풀어서 내보내."
경기도 포천시 영중면 금주2리에 사는 양남종(73)씨는 포천시의 백일 잔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붉은 수수팥떡을 물에 풀어 보내는 것은 잡귀나 나쁜 것도 풀어져 나가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냇물에 수수팥떡을 풀어 보내는 의례는 보통 10살이 될 때까지 계속됐다는 게 양씨의 설명이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영원)는 양씨가 전한 포천시의 백일 잔치 등 한 사람의 출생부터 죽음까지 이어지는 일생의례(一生儀禮)를 한 데 담은 조사보고서인 '한국인의 일생의례(경기도 ⅠㆍⅡ)'를 발간했다고 4일 밝혔다. 대표적인 일생의례로는 출산의례, 혼례, 수연례, 상장례 등이 있는데, 이번 경기도편에는 지난해 서울과 인천을 포함한 경기도 지역 33개 시ㆍ군을 현장 조사한 결과가 담겨 있다.
포천시에서는 또 혼례를 올린 뒤 신부가 남편 집에 들어갈 때 팥에 버무린 떡을 먹게 했는데 이 역시 나쁜 귀신을 쫓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살풀이'로도 불렸던 이 행위는 수수팥떡을 물에 띄워 내버리게 하는 형식으로 1970년 무렵까지 계속되기도 했다. 부정을 막아준다는 붉은 색의 수수팥떡으로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자 했던 우리 조상의 지혜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포천시의 출산의례 가운데 또 눈에 띄는 것이 태중금기(胎中禁忌)다. 아이를 가진 사람은 오리고기와 닭고기의 오돌뼈를 안 먹었는데, 이는 아이의 발가락이 붙거나 아이가 자라면서 뼈가 튀어나오는 증상이 생기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게를 먹으면 아이가 침을 흘리게 되고, 개고기를 먹으면 아이가 젖을 물 때 물어뜯는 버릇이 생긴다고 해서 이 두 음식 역시 임신부의 금기 음식이었다. 집안에 임신부가 있을 때는 구들 수리를 삼가기도 했는데, 이것은 언청이를 낳을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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