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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등록금' 논란, 대학과 재정전문가들의 시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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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등록금' 논란, 대학과 재정전문가들의 시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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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반값등록금'이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가운데 정작 논의에서 소외된 곳은 바로 대학이다. 대학의 재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본 전문가들의 의견 역시 부각되지 못했다. 그동안의 논의를 정치권이 주도하면서 정치적인 이슈로만 다뤄진 결과다. 최근 정부가 이 문제를 장기적으로 풀어갈 필요가 있다고 밝힌 가운데 최근에 제기된 '등록금이 비싸다'는 논란과 '적립금을 쌓아둔다'는 비판에 대해 대학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직접 들어봤다.

◆ 대학적립금에 대한 항변 "미래를 위한 저축일뿐 폭리 아니다" = 지난달 29일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전국대학교 기획처장 협의회에 참석한 대학의 기획처장들은 반값등록금 논란과 관련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기획처장은 예산과 행정을 책임지며 대학의 살림살이를 총괄하고 있는 '대학의 살림꾼' 자리다.


박상규 중앙대 기획처장은 "정부에서 강제적으로 등록금을 낮추라고 하라면 물론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그에 따르는 피해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지,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주도하는 반값등록금 논란에서 대학들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비난받는데 대한 불만 역시 컸다.

서울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대학은 교육의 영역인데 왜 정치권에서 교육을 흔드냐"며 반값등록금 논란을 불러일으킨 정치권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들은 대학들 역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그동안 국민들의 고등교육 수요를 감당해 온 대학들이 별안간 '공공의 적'으로 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적립금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도 대학들은 할 말이 많았다. 김동헌 홍익대 기획처장은 "적립금은 미래를 위한 대학들의 저축"이라며 "적립금이 없는 대학은 등록금을 낮추기 위한 장학금 지급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대학들의 항변에 대해 김창경 교과부 2차관도 "적립금을 전환해 반값등록금을 실현시키기 어렵다는 점과 적립금이 많은 대학 상당수가 교육비 환원율이 높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다만 등록금을 적립금으로 전환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대학들의 이 같은 항변은 연구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입증된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의뢰로 '대학 등록금의 합리적 책정을 위한 실행방안 연구'라는 보고서를 통해 단국대 송동섭 교수는 등록금 책정에는 대학예산의 복잡성과 대학내외의 상황, 등록금 책정과 관련된 다양한 변인들이 작용하고 있어 대학 내부의 여건분석만을 고려하는 등록금의 산출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송 교수는 "교육비 원가는 계열별 차이가 상당히 크고 측정 자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단순히 교육비 원가를 계산할 경우 대학과 계열, 학년에 따라 현재보다 등록금이 오르는 곳도 있을 수 있고 내리는 곳도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공과대학과 의과대학 등의 경우에는 등록금보다 2,3배 이상의 교육비 원가가 계산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학들의 이 같은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높은 등록금 부담이 서민들의 가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대학들 스스로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고민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상규 기획처장은 이날 "중앙대의 경우 지난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한 결과 연간 100억원 가량을 아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고 부산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인력 활용 구조 등에서 대학이 '신의 직장'이라고 비판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겸허히 수용하고 대학들도 정신을 차릴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 대학 구조조정 신호탄 … 필요한 사람에게 장학금 줘야 = 대학의 재정과 등록금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본 전문가들은 '반값등록금'이라는 허상에 매달려서는 안 되지만 필요한 사람들에게 등록금을 낮춰주려는 노력과 더불어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구조 자체를 새롭게 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이정미 연구원은 "반값등록금이라는 표현에 얽매이기보다는 현실성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며 "우선은 필요한 사람에게 장학금을 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전문가들이 꾸준히 지적해 왔음에도 우리나라 대학들은 성적 중심으로 장학금을 주면서 저소득층의 등록금 부담을 가중시켜 왔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가난한 계층은 설혹 70%를 지원해도 나머지 30%를 버거워한다"면서 "취약 계층에는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사회정책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대학교육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가 필요하며 특히 저소득 가정 학생에 대한 장학금 제도 역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OECD는 가정의 수입정도에 따른 장학금 제공 역시 좋은 방안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장학혜택 확대와 더불어 대학에 대한 구조조정 역시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역할과 그 효과에 대한 고민이 맞물려 있다. 이 연구원은 "상위 10% 대학은 각기 강점 있는 분야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육성하면서 하위 30% 가량의 대학은 정리하는 수순을 밟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오 연세대 기획실장은 "왜 지금 등록금이 논란되는지도 살펴봐야한다"면서 "중산층이 줄어들고 삶이 빠듯해진 경제정책의 문제, 대학진학률은 높은데 취업은 힘든 사회의 문제 등이 엮여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동섭 교수 역시 "대학 교육의 결과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줄어든 것이 등록금 논란과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80%에 이르는 대학 진학률에도 '반값등록금'의 중요한 해법이 있다는 지적들이다.


이와 관련해 교과부는 1일 부실 사립대 퇴출과 국ㆍ공립대 통폐합 등 대학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할 '대학구조개혁위원회(위원장 홍승용 녹색성장해양포럼 회장)'를 발족시키기도 했다. 위원회는 앞으로 사립대학 구조조정과 관련해 부실대학 판정기준, 판정 절차, 인수ㆍ합병 및 퇴출 등을 심사하고 국립대학 선진화와 통폐합도 논의하게 된다.




제주(서귀포)=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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