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충훈·조민서 기자] 오는 10월부터 수도권 공공택지 전매제한기간이 기존 1~5년에서 1~3년으로 줄어들면서 분양시장에도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수도권 웬만한 분양 단지에서는 전매제한이라는 규제 때문에 분양권 및 소유권 이전 거래가 묶이는 등 거래시장이 침체를 겪어 왔다.
하지만 올 하반기 전매제한 기간 단축으로 당장 분양권이나 입주 아파트 매매가 가능한 단지에서는 웃돈이 붙어 거래가 이뤄지는 곳도 생겨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전매제한이 완화되면 분양권의 환금성이 좋아져 금리 변화나 자금 부담이 커질 때를 감안해서 단기간 투자도 가능해진다"며 "투자 수요 유입으로 거래가 살아나고 가격도 오름세를 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판교·광교신도시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혀=전매제한 완화의 수혜지역으로는 판교, 광교, 김포한강신도시 등 수도권 주요 지역이 꼽힌다.
공공 택지지구인 판교신도시는 이미 입주 2년차가 돼 현재 중소형 아파트의 전매제한이 본격 해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조치로 85㎡초과는 1년, 85㎡이하는 3년으로 전매제한 기간이 단축된 만큼 중소형 아파트도 입주와 동시에 전매가 자유로워진다. 2009년 7월 입주한 봇들마을 4·7단지와 지난해 6월 입주한 산운마을13단지 등이 혜택을 보게 됐다.
올 하반기 본격적인 입주를 앞둔 광교신도시도 수혜가 예상되는 곳이다. 이 지역 역시 85㎡초과는 1년, 85㎡이하는 3년으로 전매제한이 완화된다. 광교 자연앤힐스테이트, 광교 자연앤자이 등 이미 분양된 아파트 단지에서는 1억~1억5000만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어있는 상황이다. 하반기에도 호반베르디움(A18블록, C1블록), LIG 광교(B4블록) 등이 분양 예정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무산으로 수도권 분양 시장 침체가 심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 전매제한 완화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요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수도권 내 공공택지는 광교신도시 등 대부분 과밀억제권역에 몰려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의 청약경쟁률이 높아지는 청약과열과 쏠림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침체 정도가 심화될 수도 있다. 그린벨트로 묶여있는 고양 삼송ㆍ남양주 별내지구 등과 투기과열지구인 강남권은 전매 제한이 현행대로 유지된다.
특히 전매제한이 중소형은 7년, 중대형은 3년으로 묶여 있는 고양 삼송지구는 분양 당시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보여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던 곳이다. 분양권도 대부분이 마이너스 프리미엄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조민이 부동산1번지 팀장은 "현재 한강신도시나 청라지구 등은 기존의 전매가 풀려도 거래가 안되는 상황이다.
고양 삼송 및 별내지구는 전매가 최대 7년까지 묶여있는데 이번 조치에서도 빠져 별다른 혜택을 볼 수 없을 것"이라 말했다.
실제로 경기도 고양시 S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금 1000가구당 한건 거래가 될까말까다. 특히 식사지구 등에서는 1000만~1500만원 분양권이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보이고 있다. 시장이 좋은 상황이라면 전매를 완화해주는게 효과가 있을수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시장이 다 죽어있어서 아예 다 풀어주지 않는 이상 기대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환영'..분양시장 큰장 서나=건설업계는 전매제한 완화 조치로 올 하반기 분양시장에 다소 숨통을 틔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매제한이 완화되거나 완전히 풀리는 곳에서 분양을 앞둔 건설업체들은 미뤘던 신규 분양사업을 재개할 태세다.
거래 활성화의 핵심인 전매제한 기간이 단축돼 분양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전매제한 완화가 올 하반기 분양을 앞둔 미분양 물량이나 소형평형 단지 홍보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 하반기 분양물량 총 11만5159가구 중 60% 이상을 차지하는 수도권 아파트를 비롯해 양산 신도시 등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대규모 분양단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하지만 전매 제한 완화 조치가 분양시장에 생각만큼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전매 가능한 알짜 지역의 단지로 수요자들이 몰리는 '쏠림 현상'이 생기면서 상대적으로 입지가 뒤떨어지는 곳에서는 미문양 물량이 더 쌓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인천과 김포 등 미분양·미입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역에서는 전매제한이 풀리는 물량으로 인해 매물이 늘어 지역 아파트 값의 약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정부가 보다 근본적인 경기 부양안을 추가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매 제한이 완화된다고 해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릴 만한 분위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K건설 관계자는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전매제한 완화로는 한계가 있고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의 추가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충훈·조민서 기자 parkjovi@
조철현 기자 cho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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