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의원 기자] 억만장자이자 월가의 거물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80)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내 경제가 약한 국가들이 유로화 사용에서 벗어나기 위한 출구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놔 관심을 끌고 있다. 즉 유로존 내 국가 이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계획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소로스는 26일(현지시간) 비엔나에서 열린 패널 토론에서 "유로화 메커니즘은 유로존 내 국가중 경제가 취약한 국가들의 이탈을 불가피하게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리스에서 촉발된 위기로 그리스는 경제붕괴의 직전에 있고 위기는 쉽게 다른 국가로 퍼질 수 있다"면서 "금융체계는 여전히 취약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 유로존이 결함을 지니고 태어났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유로존은 통화만 단일화돼 있을 뿐 이를 통합하는 기구가 없는 취약한 구조"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로존에는 회원국 탈퇴를 위한 대안이 없다"면서 "유로존 당국자들이 체제의 근본적인 결함을 인정하지 않은 채 현상 유지에 급급하고 있는 것도 특별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부 역내 국가에서 일어난 재정위기는 유럽연합(EU)의 응집력을 시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이제는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로스는 금융거래세와 부가가치세를 통해 EU 예산을 증액하고 회원국 발행 국채를 보증할 수 있는 은행설립, 구제금융펀드 규모를 세 배로 확대하는 것을 유럽 재정위기 극복방안으로 추천했다.
소로스는 자산 규모 280억달러(한화 약 30조원)의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으로 헤지 펀드업계의 대부로 추앙받지만 투기꾼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소로스는 1992년 영국 통화 파운드 가치가 떨어질 것을 예상해 파운드를 팔고 미국 달러에 투자했다. 영국은 유럽환율조정체제(ERM)에 가입해 있어 파운드 가치를 유지해야 했다. 그러나 조지 소로스의 공세를 막아낼 만큼 외환 보유액을 갖지 못했던 영국은 결국 ERM을 탈퇴했고, 파운드는 폭락했다. 소로스는 일주일만에 10억달러가 넘는 돈을 챙겼다. 1998년에는 달러 강세에 베팅해 아시아 통화 가치 하락을 부추겼다는 이유로 아시아 외환위기의 주범이라는 비난도 받았다.
거시경제의 흐름을 보고 정확한 예상을 한 후 집중 투자해 돈을 벌었던 소로스인 만큼 이번에도 그의 예상이 적중할 지 관심을 끌고 있다.
1930년 헝가리에서 태어난 유대인인 소로소는 어려서 전쟁의 참혹함과 비참함을 맛봤다. 그는 1947년 영국으로 건너가 1952년 영국 명문 런던정경대학교(LSE)에서 철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철학자 칼 포퍼 문하생으로 공부했으며 역사 짐꾼, 식당 웨이터의 일을 하면서 학업을 병행했다.1956년에는 미국으로 이민가 월스트리트저널에 입성했다.1969년 퀸텀펀드를 설립했고 1979년 자선단체 오픈소사이어티펀드를 세웠다.
이의원 기자 2u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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