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오는 29일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등을 불러 '한진중공업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정리해고를 둘러싸고 6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노사 대립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가 갈등 조정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노사 갈등은 노와 사가 머리를 맞대고 자율적으로 푸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에서 국회가 나서는 것이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당장 사측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사측은 "국회가 경영진을 압박하기 위해 국회 출석을 요청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경총도 성명을 통해 "포퓰리즘적 행태로 민간 영역에 대한 정치권의 무분별한 개입을 초래하는 선례가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거듭 "부적절한 개입"이라며 청문회 개최 철회를 촉구했다.
그런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사측이 보여 온 행태를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갈등의 단초가 된 정리해고만 해도 그렇다. 사측은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다며 정리해고를 통보하고는 그 다음 날 주주들에게 174억원을 배당했다. 자산매각, 순환휴직 등 지속적으로 해고 회피 노력을 해왔다는 말이 믿기지 않는 이유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배당금을 나눠 가지는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을 정도다.
더구나 지난해 2월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고용안정협약을 맺고도 결과적으로 약속을 위반했다. 특히 노조의 공장 점거에 직장 폐쇄로 맞선 이후 대화다운 대화에도 나서지 않았다고 한다. 조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공권력 투입만 바라는 듯한 자세로 일관해 왔다는 얘기다. 그동안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이 요구하는 청문회에 반대했던 한나라당이 입장을 바꾼 것은 그만 한 까닭이 있는 것이다. 사측이 정치권의 개입을 자초한 셈이나 다름없다.
한진중공업 경영진은 왜 정치권이 사기업의 일에 개입하느냐고 말할 게 아니다. 기업은 한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몸담고 있는 임직원 모두의 것이며 국가 경제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국회에 출석해 사태 해결을 위한 책임 있는 경영자로서의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 청문회 전이라도 노조와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국회 청문회 실시를 계기로 사태 해결의 단초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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