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정식 발효로 가장 수혜를 볼 수 있는 분야는 단연 자동차다. EU는 2009년 자동차 수요가 1575만8000대로, 1060만1000대 수요의 미국보다 큰 세계 최대 시장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는 EU에 총 29만8263대를 수출했지만 수입은 6만2971대에 불과했다. 금액 기준으로 환산하면 수출 33억달러에 수입 23억달러 수준이다.
최근 유럽 내 국내 자동차 수출 비중을 살펴보면, 지난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현지 판매 수는 현대차그룹 기준 90만대로 시장점유율 7.7% 정도였다. 순수 한국에서 유럽지역으로 수출되는 물량은 27만대 수준으로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수출한 200만대의 14%를 차지한다.
한·EU FTA가 시장에 영향을 주는 직접적인 원인은 관세 철폐다. EU의 관세는 승용차 기준으로 10%인데 1500cc급 이하 차량은 향후 5년간 단계적으로 철폐되고 1500cc급 이상은 3년 내 철폐된다.
관세 철폐는 한국산 차량의 가격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뜻. 현행 수입 관세는 EU가 한국보다 2%포인트 높은 10% 수준이어서 협정에 따른 관세 철폐가 한국에 결코 불리하지 않다.
완성차 업체들은 FTA 체결을 현지 판촉 수단으로 활용하고 관세 인하로 얻어지는 이익을 마케팅 비용으로 돌리는 등 현지 판매 확대에 총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경우 하반기에 출시하는 2리터급 유럽 전략형 중형차를 해외공장이 아닌 울산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인도를 비롯해 다른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는 한·EU FTA에 따른 관세 인하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FTA 민간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단기적으로는 국내 완성차업체의 동유럽 공장 생산이 증가하면서 현지 조립용 부품 수출이 늘고, 중장기적으로는 EU 자동차업체의 신차용, 교체용 부품에 대한 새로운 수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동차 분야에도 걱정거리는 있다. 유럽 메이커들의 공세에 따른 국내시장 잠식 문제다. 볼보 등 유럽 메이커들은 7월 한·EU FTA 발효를 앞두고 수입차 가격 인하 공략을 펴고 있다. 지난 달 볼보와 푸조에 이어 벤츠도 가격 인하 대열에 동참했다. BMW도 관세가 인하된 만큼 값을 떨어뜨릴 예정이다. 벤츠는 최근 출시한 신형 C클래스의 판매 가격을 평균 70만원 인하했다.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6.92%로 9만대가 팔렸다. 이 가운데 유럽 차들의 비중은 65.4%에 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FTA가 발효되면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수년 내에 10%를 거뜬히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럽산 자동차는 이미 국내 소비자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데다 현재 수입차에 부과되는 8%대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인하돼 2016년 이후에는 완전히 없어지면서 가격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 차와 국내 차의 가격 차이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그동안 신차가 출시될 때마다 가격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한·EU FTA가 자동차업계에 장밋빛 희망을 가져온 것은 맞지만 국내 시장 잠식이라는 위험 요소도 작아보이지는 않는다.
이코노믹 리뷰 한상오 hanso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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