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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양궁대표팀은 큰 숙제를 앞뒀다. 7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다.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 대표 선발전 당시 전문가들은 여자대표팀 구성에 우려를 보였다. 세대교체에 직면했다. 성인 국제대회를 경험한 건 기보배(광주광역시청) 하나뿐이었다. 반면 남자대표팀은 여느 때보다 최강 전력으로 평가됐다. 오진혁(농수산홈쇼핑), 임동현(청주시청) 등 베테랑이 자리를 지켰다. 김우진(청주시청)도 매서운 상승세로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담금질 차원으로 나선 1, 2차 국제양궁연맹(FITA) 월드컵대회에서 명암은 뒤바뀌었다. 여자궁사들은 웃었고 남자궁사들은 고개를 숙였다.
세대교체 성공한 여자대표팀, 그 비결은?
여자대표팀의 항해는 순조롭다. 월드컵을 그들만의 잔치로 만들었다. 지난 5월 크로아티아 포레치에서 열린 1차대회에서 여자궁사들은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석권했다. 한경희(전북도청)는 리오네티(이탈리아)를 7-1로 꺾고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다. 기보배, 정다소미(경희대)가 합류한 단체전에서는 결승에서 러시아를 220-207로 꺾고 우승을 거뒀다. 승승장구는 13일(한국시간) 터키 안탈리아에서 막을 내린 2차 대회에서도 계속됐다. 미국을 207-190으로 꺾고 단체전 2연패를 달성했다. 막내 정다소미는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며 2관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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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술 양궁대표팀 총감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당초 정한 목표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2차 대회 출전에 앞서 그는 “1차대회 때 선보인 좋은 흐름 유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이유는 전문가들의 우려와 같았다. 거의 전무한 국제대회 경험이다. 장 감독이 배출한 베테랑 궁사 박성현(전북도청), 주현정(현대모비스), 윤옥희(예천군청) 등은 모두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됐다. 기보배를 제외하면 모두 새로운 얼굴이었다. 첫 소집에서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연습경기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장 감독은 “단체전 점수가 218점 안팎에 그쳤다”며 “낮은 점수는 아니었지만 불안했다”고 했다.
선수단은 바로 세계선수권대회를 향한 맞춤식훈련에 돌입했다. 웨이트 트레이닝, 불암산 크로스컨트리 등으로 체력을 다지는 한편 다양한 실험을 통해 집중력 향상을 꾀했다. 그 첫 시도는 국군정보사령부 훈련장에서 가진 담력 훈련.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정보학교에서 공포영화 시청, 파충류 접촉 등의 다양한 코스를 경험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다시 가고 싶지 않은 지독한 코스”라며 혀를 내둘렀다. 선수단은 담력 증강을 위해 번지점프도 마다하지 않았다. 코칭스태프 포함 전원이 가평을 찾아 하강을 시도했다. 한 선수는 교관과 20여분 줄다리기를 벌였지만 점프에 실패했다. 하지만 성과는 있었다. 그는 “꼭대기에 서서 침착해지려고 애쓴 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실전 대비 훈련도 빼놓을 수 없다. 야구장이 대표적이다. 익히 잘 알려진 집중력 강화 훈련이다. 선수단은 지난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잠실야구장, 미사리 경정장 등을 찾아 연습경기를 치렀다. 관중들은 일제히 야유를 보냈고 선수들은 그 속에서 실전감각을 쌓았다. 장 감독은 “산만한 분위기에서 얼마나 빨리 평정심을 찾는지가 관건이었다”며 “선수 대부분이 훈련 뒤 더 많은 준비의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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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력 강화 뒤 맞이한 건 잇따른 훈련이었다. 양궁대표팀은 태릉선수촌 내 이른 기상으로 유명하다. 새벽 6시부터 러닝으로 몸을 푼다. 연습은 오전, 오후 두 차례로 진행된다. 저녁 6시가 넘어야 겨우 활과 떨어질 수 있다. 양궁은 여느 운동보다 충분한 휴식이 중요하다. 그래서 선수단은 밤 10시 이전에 모두 눈을 붙인다. 드라마 시청은 멀리한 지 오래다. 한 선수는 “대표팀 소집 전만 해도 컴퓨터 등을 하며 늦게 잤는데 지금은 꿈도 꾸지 못한다”며 “인기리에 방영됐다는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조차 못 봤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장 감독은 “선수들이 사생활을 포기한 채 훈련에 임하고 있다”며 “크로아티아, 터키에서의 승전보는 인내와 꾸준함이 빚어낸 산물”이라고 말했다.
남자대표팀 잇따른 부진, 왜?
남자궁사들은 여자들과 똑같은 훈련을 소화했다. 오진혁과 임동현은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베테랑이다. 나머지 한 자리를 꿰찬 김우진(청주시청)은 세계랭킹 1위다. 이들이 소집과 동시에 역대 최강이라고 불린 이유다.
하지만 두 차례 월드컵대회에서 남긴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세 선수 모두 고전을 면치 못했다. 1차 대회만 해도 기록은 무난했다. 김우진(청주시청)은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오진혁과 임동혁이 합류한 단체전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문제는 2차 대회였다. 단체전 8강에서 일본에 218-222로 지며 자존심을 구겼다. 개인전에서는 또 한 번 금 사냥에 실패했다. 오진혁이 결승전에 진출했지만 브래디 엘리슨(미국)에게 0-6으로 패하며 은메달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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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대회에 앞서 장 감독은 “남자 선수들이 더 높은 성적으로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 실력을 뽐내기에 환경은 열악했다. 2차 대회는 해변에서 열렸다. 경기 도중 강풍이 자주 경기장을 휩쓸었다. 날씨도 좋지 않았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져 선수 모두 빗속에서 시위를 당겨야 했다. 기록은 평소보다 우수할 리 없었다. 이는 여자 단체전 성적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1차 대회 당시 여자대표팀의 총점은 220점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점수는 207점으로 13점이 떨어졌다. 은메달을 얻은 미국도 190점으로 보통 결승전과 거리가 먼 성적을 남겼다.
실제로 날씨가 선선했던 예선에서 남자궁사들은 모두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김우진은 30m(2위)를 제외한 90m, 70m, 50m에서 모두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합계 1381점으로 가장 먼저 관문을 통과했다. 오진혁은 1362점으로 2위를 차지했고 임동현도 1348점을 획득하며 5위에 올랐다.
하지만 악조건을 고려해도 8강 탈락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한 양궁관계자는 “세계 실력이 평준화되고 있다”며 “최고 선수들로 구성됐다 해도 세계와의 실력 차가 크게 좁혀졌다”이라고 했다. 장 감독도 “미국, 이탈리아, 우크라이나, 인도의 실력이 크게 향상됐다”며 “악조건과 긴장감을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메달의 색깔이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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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경계대상 1호는 미국의 에이스 브래디 엘리슨. 월드컵대회에서 김우진과 오진혁을 잇따라 누르고 개인전 2관왕을 차지했다. 이에 대표팀 한 관계자는 “미국의 돌풍을 주도하고 있다”며 “단체전에서도 핵심 역할을 십분 해내고 있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엘리슨을 비롯해 미국, 유럽 선수들이 일취월장한 건 국내 코치들의 해외 진출에 있다. 한 양궁관계자는 “한국 출신 코치가 전 세계에 퍼져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며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강세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한국의 훈련 시스템이 코치, 언론 등을 통해 새어나가고 있다”며 “박빙의 승부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여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타이트한 상황이 많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장 감독은 “베테랑으로 구성됐지만 남자대표팀도 언제든 긴장할 수 있다”며 “정신력 강화에 더욱 신경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실력은 더 손볼 곳이 없다. 심리적으로 압박이 밀려올 때 풀어나가는 능력을 강화시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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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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