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앤락' 김준일 회장 VS '글라스락' 황도환 대표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전투의 핵심은 장군이다. 장군이 어떤 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국내 양대 밀폐용기 업체의 리더를 봐야하는 것도 그래서다. 김준일 락앤락 회장과 황도환 삼광유리(글라스락) 대표. 이들은 생산방법, 해외진출 등에서 전혀 다른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다.
◆中진출, 직접?간접?=미국과 함께 G2로 분류되는 중국은 매력적인 수출 시장이다. 락앤락과 글라스락은 모두 중국에 진출해 있다. 다른 건 방식이다. 락앤락은 2004년 상해에 첫 영업법인을 설립할 당시부터 직접 판매를 고수했다. 현지에 법인을 세우고 직영점 등 판매처를 직접 관리했다. 여기엔 "우리가 직접 해야 효과도 더 크다"는 김 회장의 의지가 실려 있다. 김 회장은 최근 베트남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베트남 진출 초기 에이전트를 통해 영업을 했으나 판매 성과가 미미하더라"며 "직접 영업망을 구축한 후 적극적인 홍보가 가능해 매출도 빠르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상해, 북경, 심천 등에 영업법인을 두고 있는 락앤락은 향후 유통채널을 3000여개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글라스락은 직접이 아닌, 간접이다. 현지에 영업법인 등을 두는 대신, 에이전트를 통한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에이전트에 물량을 보내면 에이전트가 알아서 판매를 하는 식이다. 현재 까르푸 등 대형마트와 상해 주요 백화점에 입점해 있지만 모두 에이전트를 통한 판매처다. 글라스락이 직접 판매에 뛰어들지 않는 이유는 중국에서 유리 제품에 대한 수요가 아직 높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글라스락 관계자는 "중국은 국내에 비해 유리 용기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다"며 "직영점을 설립하는 건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생산중심, 해외? 국내?=제품을 어디서 만드느냐도 다르다. 락앤락은 국내, 중국, 베트남 등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전체 생산량 중 해외발 생산량이 86%(사출기 수 기준)에 달한다. 특히 내년부터 베트남 공장은 수출물량의 대부분을 맡게 된다. 궁극적으론 100% 소화가 목표다. 전체적으로 생산의 중심축이 해외에 있는 셈이다.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다. 중국 진출 당시 중국의 인건비는 한국의 20분의 1에 불과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중국 인건비가 상승하자 이번엔 중국의 절반 수준인 베트남으로 향했다. 3년 전 일이다.
글라스락은 '메이드 인 코리아'를 고수하고 있다. 인천공장에 이어 최근 논산에 공장을 완공했다. 올해 말 논산 공장 가동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 글라스락 전 제품은 논산에서 생산된다. 국내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국내에 포진해 있는 유리 기술인력들. 글라스락 관계자는 "유리는 장치산업인 만큼 기술자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며 "외국의 인건비가 저렴한 건 사실이지만 국내 전문인력을 안고 가는 게 가장 큰 메리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리, 강화냐 내열이냐=서로 다른 유리 표준을 택하며 빚어진 유리 갈등은 해묵은 이야기다. 락앤락(락앤락 글라스)은 붕산, 규산을 이용한 내열유리를, 글라스락은 소다석회를 이용한 강화유리를 생산한다. 지난해 기술표준원이 일정 수준 이상의 내열성을 갖추면 내열유리 표시를 할 수 있도록 지침을 바꾸며 논란이 빚어졌다. 이렇게 되면 글라스락도 내열유리로 표기할 수 있다. 락앤락은 "강화유리는 사용 중 폭발의 위험이 있는 만큼 내열유리로 보는 건 문제"라며 반발했다. 글라스락은 내열성을 갖춘 강화유리인 만큼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기술표준원은 개정안을 재검토한 뒤 올 상반기 중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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