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정 기자]그리스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부동산 매각에 나서고 있지만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3단계나 낮추면서 그리스가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로 가는 순서를 밟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디스는 1일(현지시각)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B1'에서 'Caa1'으로 3단계 하향조정했다. 무디스는 "Caa1' 등급을 부여한 국채는 5년 안에 디폴트에 빠지는 확률이 약 50%였다"면서 "불확실한 성장 전망, 재정 적자 목표 달성 실패 등에 비춰볼 때 채무조정 없이는 그리스가 정부부채를 안정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민간투자자들에게 채무조정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진 점도 등급을 하향조정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EU와 IMF, 유럽중앙은행(ECB)이 민간 투자자들에게 그리스 국채를 만기후 재투자하도록 유도하는 '롤오버(국채 만기연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ECB 집행이사회는 롤오버는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우려하고 있다.옌스 바이드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국채의 만기를 연장하면 ECB는 그리스 국채를 담보로 받는 것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그리스는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 300억 유로 상당의 국가소유 부동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매각 대상에는 아테네의 몽 파르네스 카지노 리조트와 호텔, 대표 관광지인 로도스섬에 있는 세계적 규모의 골프코스를 겸비한 호화 리조트 등이 포함돼 있다.
그리스 국영토지회사(HPREC)는 그리스국영은행과 협약을 맺고 20~30개의 대규모 정부소유 토지를 매각하기 위한 컨소시엄을 준비하도록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리스토텔리스 카리티노스 그리스국영은행 부동산부문 본부장은 "자산 매각 또는 임대를 통해 150억~300억 유로까지 조달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철저한 검토를 거쳐 최적의 매물을 선정해 몇 달 내에 첫번째 매물이 시장에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정부는 대부분의 토지를 30~40년 장기 임대 형식으로 매각하고 본 소유권은 정부가 갖는다는 계획이다.그리스는 또 공공건물은 매각후 다시 임대받는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해 현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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