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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파문①]안일한 대처, 선수들 간 불신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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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파문①]안일한 대처, 선수들 간 불신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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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소문만 무성하던 어두운 이야기의 실체가 밝혀졌다.

경남 창원지검 특수부는 지난 21일 프로축구 선수를 매수해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브로커 2명을 구속한 데 이어 25일에는 돈을 받고 실제 승부조작에 나선 혐의를 받고 있는 K리그 선수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여기에 검찰은 전 대표팀 출신 공격수 김동현(상무)이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K리그 28년 역사는 물론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를 통틀어 최악의 스캔들이 될 조짐이다.

승부조작의 주요 타켓은 주로 다른 대회에 비해 비중이 떨어지는 리그컵 경기나 '티가 덜 나는' 하위권 구단이다. 그 중에서도 연봉이 적은 선수들을 상대로 브로커의 접근이 가장 빈번하게 이루어진다.


한 프로축구 관계자는 "처음은 호기심이지만 결국 돈이 문제다. 이미 검찰을 통해 금액도 공개됐다. 연봉 5천만 원 받는 선수가 단 몇 번의 거래로 1억이 넘는 돈을 받는다. 얼마나 짭짤하겠나. 그만큼 유혹에 빠져들기 쉽다"고 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전제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대다수 선수는 건전하다는 사실. 축구에 대한 순수하고 진지한 열정을 갖고 선수생활에 임한다. 성실하게 훈련받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해 뛴다. K리그 전체를 싸잡아 비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곪아있던 부분이 터졌다고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물을 흐린 경우란 뜻이다.


이러다 보니 선수들끼리 불신이 생긴다. 그저 단순히 실수였을 수도, 그날 몸 상태가 정말 안 좋아서 나올 수 있는 플레이도 의심하게 된다. 심지어는 '정말 더러워서 경기할 맛 안 난다'는 선수도 있다.


지도자 역시 마찬가지다. 한 전직 K리그 감독은 "실명을 밝힌 한 팬의 제보 편지를 받아 구단에 보고, 자체 조사에 나선 적이 있다"고 조심스레 밝혔다.


그는 "구단 측에선 노트북을 모두 압수해서 뒤지자는 얘기도 했지만, 선수 사생활 문제도 있어 반대를 했다. 대신 수차례 모든 선수를 1대1 면담했지만 이름이 거론된 선수들에게서 실제적인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선수들도 모두 부인했다. 결국 향후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겠다는 각서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됐다"도 털어놨다.


승부조작은 지도자 입장에서 가장 고민스럽고 스트레스를 주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칫 선수와 지도자 사이의 신뢰관계에 금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당장 성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고, 곧 감독의 '고용 불안정성'과도 직결된다.


이런 상황 속 감독 입장에선 승부조작을 잡아내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물증을 찾아내기 힘든 것이 가장 답답하다. 그는 "증거를 찾으려도 찾을 방법이 없다. 음모론은 여기저기서 들리고, 실제로 말도 안되게 뒤집히는 경기가 여러차례 있었다. 그럴 땐 비디오를 여러 번 돌려봤고, 실수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장면도 발견했지만 어디까지나 심증이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에 대해 한 에이전트는 "감독이나 코치도 대놓고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만약 승부조작한 선수가 팀에 포함되어 있다는 게 밝혀지면 자신의 통솔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물론 지도자 경력에도 오점이 남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때문에 선수들 간의 자정작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도 우리 선수들에게 '결국 그놈들이 너희 승리수당 뺏어가는 것'이라고 얘기해준다. 서로 견제해 줘야 한다. 본인 역시 근시안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 당장의 이익을 탐하겠지만 돈이란 건 결코 만족을 못한다. 나중에 잘 돼서 바르셀로나에서 천문학적 연봉 받고 뛰더라도 그런 돈 받았던 선수는 또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의 안일한 대처도 문제다. 이미 지난 2008년 3부리그 K3(현 챌린저스리그)팀 서울파발FC가 사상 초유의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팀이 해체된 바 있다. 이후에도 K리그와 내셔널리그에서 지속적인 승부조작 움직임이 감지된다는 제보가 있어 왔다.


그럼에도 협회와 연맹은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그저 단순한 캠페인과 경고문구를 담은 포스터가 전부였다. 한 관계자는 "협회, 연맹, 구단 어느 하나 적극적인 대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도 당연히 별일 없겠지란 안이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뒤늦은 대처가 화를 점점 키운 셈이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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