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별 출자규모 막판 조율..사업장 정상화에 주력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은행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대출을 처리하기 위한 민간 배드뱅크인 'PF정상화뱅크'가 내달 초 출범한다.
이번 PF정상화뱅크 1호의 규모는 총 1조2000억원으로 각 은행들이 우선 8000억원을 출자하며 다음달 안에 1조원어치의 PF 부실채권을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PF정상화뱅크 1호의 관리를 맡은 연합자산관리(유암코)는 사업장 단위별로 PF 부실채권을 절반 정도 할인된 가격에 매입한 뒤 최대채권자의 지위에서 ▲시공사에 대한 채무조정(필요 시 시공사 교체) ▲신규 자금 지원 ▲사업권 이전 등을 통해 PF사업장의 구조조정 및 정상화를 추진하게 된다. 시공사가 워크아웃 및 회생절차 등 구조조정에 들어간 PF사업장과 사업장 전체 PF대출 중 은행의 부실채권이 75% 이상인 곳에 우선 자금이 투입된다.
국내 첫 민간 배드뱅크인 유암코는 그동안 주로 은행 부실채권을 사들여 자산유동화를 통해 매각해왔던 데 비해 이번 PF정상화뱅크의 경우 사업장 구조조정을 통해 PF사업을 계속 진행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배드뱅크가 아니라 정상화뱅크란 이름을 붙였다. 은행별 출자 규모는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주 안에 확정될 예정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암코와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ㆍ외환ㆍ기업ㆍ산업은행ㆍ농협 등은 다음달 초 1조2000억원 규모의 PF정상화뱅크 1호를 설립키로 합의했다. 이 중 8000억원을 먼저 출자하고 나머지 4000억원은 자금이 추가로 필요할 경우 대여할 계획이다.
유암코 산하에 사모투자전문회사(PEF) 형태로 세워지는 PF정상화뱅크 1호는 다음달 말까지 1조원 가량의 은행권 PF 부실채권을 우선 매입할 방침이다. 최종 매입규모는 사업성 등에 대한 채권은행 간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은행들은 PF대출 보유 규모에 따라 3개 그룹으로 나눠 출자비율을 정하기로 했다. PF대출 비중이 비교적 높은 1그룹은 국민ㆍ우리은행ㆍ농협으로 각각 1400억원 가량을 출자할 예정이다. 2그룹인 신한ㆍ산업은행은 약 1100억원씩을, 3그룹인 하나ㆍ외환ㆍ기업은행은 각각 500억원 가량을 출자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은행별로 출자비율에 대한 입장이 서로 달라 최종 출자금액은 다소 바뀔 수 있다. 자신이 속한 그룹의 출자비율은 낮추고 다른 그룹의 출자규모는 더 늘리려는 것이다.
유암코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과의 출자비율 협의가 마무리 단계”라며 “다음달 초 정도에는 출범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 PF 부실채권 가운데 자체 정상화를 추진 중인 사업장을 제외하고 은행 채권이 75% 이상인 사업장은 총 1조6000억원 규모”라며 “이 중 가격협상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채권을 일부 빼면 1호 PF정상화뱅크가 내달 매입할 PF 부실채권 규모는 1조원 가량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향후 제2ㆍ제3의 PF배드뱅크를 추가로 설립해 지난해 말 현재 6조4000억원에 달하는 PF 부실채권을 단계적으로 정리할 방침이다.
박민규 기자 yushi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