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한나라당이 어수선하다. 4.27 재보궐선거 참패 후폭풍 탓이다. 보수성향의 강원도는 지난해 6.2 지방선거에 이어 또다시 패배했다. 분당을 패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천당 아래 분당'이라고 일컫는 지역에서 참패하면서 수도권 의원들은 패닉에 빠졌다. 재보선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강남3구를 제외한 서울 모든 지역에서 총선 승리가 어렵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탄핵후폭풍보다 더 어렵다는 하소연이 괜한 엄살이 아니다. 영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저축은행 부실사태, 과학벨트 입지 선정 등의 문제로 민심이 요동치면서 의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역대 총선에서처럼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에서도 영남을 석권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정도다.
간단히 정리하면 한나라당의 내년 총선 전망은 지극히 불투명하다. 소속 의원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한때 더블스코어를 기록했던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는 역전을 허용한 지 오래다. 야권에서 단일후보를 낼 경우 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 때문일까? 국회 의원회관은 텅텅 비어있다. 거의 모든 의원들이 지역구 활동에 올인하고 있다. 재선으로 가는 길은 차기 주자도, 당 지도부도 책임져줄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한마디로 각자도생이다.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한나라당은 요즘 쇄신 논의가 한창이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 탓이다. 그동안 국정운영을 주도해온 친이 주류는 무대에서 퇴장했다. 지난 6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주류 혁명을 이끈 친박계와 소장파 연합군은 당 쇄신과 변화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대표 선출방식 등 전대 룰을 놓고 신·구주류간 힘겨루기는 여전하다. 진정한 자기반성과 구체적 대안제시보다는 네탓공방의 목소리가 더 크다. 한나라당은 오는 7월 4일 전당대회를 통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책임질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 반전의 계기로 삼을 계획이지만 민심은 여전히 냉소적이다.
선거참패 → 후폭풍 → 쇄신논의로 이어지는 한나라당의 모습은 이번만이 아니다. 위기는 매번 되풀이돼왔지만 반성은 진지하지 못했다. 지난해 6.2지방선거 참패와 2009년 4월 재보선 패배 및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에도 쇄신논의는 거세게 일었다. ▲수평적 당청관계 확립 ▲ 전면적 인사쇄신 ▲ 상향식 공천 도입 등의 결과물은 나왔지만 실천은 생략됐다. 여론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반응이었다. 한나라당의 쇄신논의가 과연 용두사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내년 총선까지는 이제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김성곤 기자 s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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