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등급 불가피…"최윤신 회장 사재라도 털어야"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동양건설산업이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에 상시 신용평가 B등급을 요구했지만 C등급 이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건설은 오는 6월말 결과가 나오는 대기업 상시 신용평가에서 B등급을 받는 것을 전제로 채권단에 3000억원 규모의 신규 대출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 상시 신용평가 등급은 A부터 D까지 총 네 단계로 나뉜다. A등급은 정상, B등급은 일시적 유동성 부족, C등급은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 D등급은 법정관리 등으로 구분된다. 은행들은 이 등급에 따라 재무구조가 나쁜 기업들과 경영정상화 약정을 맺고 자산 매각이나 인수ㆍ합병(M&A) 등의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동양건설의 경우 이미 지난해부터 자금난을 겪어왔고 현재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황에서 B등급을 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건설이 신한은행에 B등급을 요구한 이유는 추가 담보 제공 없이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다.
신한은행은 추가 담보 제공이나 자구 노력 등이 없이는 신규 대출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담보로 내놓을 만한 게 없다면 대주주인 최윤신 회장의 사재라도 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 회장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어 양측 간의 협상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동양건설은 채권단에서 신규 대출을 받아 경기 남양주 호평동 파라곤아파트 소송 등을 해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평 파라곤아파트 입주자들은 '사기분양ㆍ부실시공'을 주장하며 올 초 시공사인 동양건설을 상대로 계약취소 소송을 냈다.
채권단 관계자는 "추가 담보나 보증, 자구 노력 등 대안이 없이 신규 대출만 요구하는 것은 대주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이기주의적인 발상"이라며 "헌인마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도 해결이 안된 상황에서 추가 대출을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동양건설이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해 끝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헌인마을 공동 시공사인 삼부토건도 법정관리행을 면키 힘들 전망이다. 삼부토건이 혼자 헌인마을 PF사업을 끌고 가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동양건설의 몫을 다른 시공사에 넘기는 방안도 현실적으로 간단치 않다. 건설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데다 헌인마을 PF의 구조가 복잡해 이를 넘겨받을 만한 시공사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윤신 동양건설 회장과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이 서로 만나 화해를 하고 헌인마을 PF를 함께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채권단도 추가 지원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서로 워크아웃에 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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