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데이비드 소콜이 버크셔 내부규정을 위반했음을 분명히 했다.
로이터 통신은 버핏 회장이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지난달 30일(현지사간) 열린 버크셔 주주총회에서 “지난 1월 소콜이 루브리졸 주식을 매입했다고 밝혔을 때 매입 시기를 자세히 물어보지 않은 것은 분명히 내 실수”라면서 “소콜은 버크셔의 내부 규정을 위반했으며 이는 설명할 수도 없고 용서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고 이날 전했다.
버핏 회장은 내부자 거래 의혹이 제기되는 시점에서 소콜이 후보군에서 사퇴하자 “소콜의 주식 매입은 나와 루브리졸 인수를 상의하기 전에 이뤄진 것”이라면서 “그의 루브리졸 주식 인수가 불법적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그를 변호한 바 있다.
그러나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소콜에 대한 내사에 착수하고 버크셔 주주들이 소콜 문제로 버핏과 소콜을 비롯한 버크셔 이사진 전부를 고소하는 등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주주들은 버크셔 주주인 메에슨 커비의 이름으로 델라웨어 형평법 법원에 제출한 고소장에서 소콜에게 루브리졸 주식 매입을 통해 얻은 부당 이익 전부를 버크셔에 돌려줄 것을 촉구했다. 또한 주주들은 또다른 내부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찰스 멍거 버크셔 부회장을 비롯한 이사진에게 버크셔의 명성에 타격을 입힌 데 따른 보상금을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버크셔 이사회는 지난달 28일 소콜의 잘못을 분명히 밝혔다. 이사회는 "소콜이 버크셔로 하여금 루브리졸을 인수하도록 만들면서 자신은 내부자 거래로 이익을 취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면서 "버크셔는 당국의 조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SEC는 "소콜 문제에 정통한 사람들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콜은 지난달 버크셔가 사들인 루브리졸의 주식을 인수 전에 대량 매입해 큰 차익을 남겼다. 그는 지난 1월 5∼7일에 루브리졸 주식 9만6060주를 사들였다. 그가 사들인 루브리졸 주식의 시장가치는 당시 약 992만 달러였으나 버크셔의 인수 소식이 전해진 후 30% 급등, 약 1290만달러까지 올랐다. 단 몇달만에 298만달러(약 33억원)의 차익을 남긴 것이다.
그러나 또다른 내부자거래 혐의를 받고 있는 찰스 멍거 버크셔 부회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소콜은 미국 경제전문 방송 CNBC에 출연, 자신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멍거 부회장도 버크셔의 비야디(BYD) 투자 전에 이 회사 주식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었다”고 밝히면서 멍거 부회장도 내부자거래로 도마위에 올랐다.
버크셔는 지난 2008년 2억3000만달러를 들여 비야디 지분 약 10%를 사들였다. 멍거 부회장은 인수 전에 비야디 지분 3%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멍거 회장은 블룸버그 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버크셔가 비야디에 관심을 보이기 훨씬 전부터 이 회사에 투자해왔었다”면서 “또한 나는 버크셔와 비야디의 투자 협상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총에서 버핏 회장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소콜의 잘못을 분명히 지적하면서 실추된 버핏과 버크셔의 도덕성이 회복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버핏 회장은 후계자를 묻는 질문에 "윤리적으로 완전하게 공명정대해야 한다"
"화살처럼 곧은 사람"이라고 답했다. 또한 버크셔의 재보험 사업부문의 최고경영자(CEO)인 아지트 자인을 극찬했다.
조해수 기자 chs90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