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는 바야흐로 ‘듣는 음악’이 아닌 ‘보는 무대’의 시대다. 그 무대에 서는 가수는 목소리 하나 만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화려한 퍼포먼스로 눈을 즐겁게 만들기도 한다. 보통 한 음악프로에 출연하는 가수는 약 20팀, 일주일에도 최소 80개 이상의 무대가 쏟아져 나온다. 그 중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무대는 어떤 것일까. <10아시아>가 당신이 주목해야 할 무대를 선정했다. 이번 주제는 ‘걸 그룹’. 최근 걸 그룹 전성시대에 맞아 여성가수가 음악 프로그램의 절반을 차지하며 큰 활약을 보이고 있다. 그 중 음악과 퍼포먼스, 그리고 추구하는 콘셉트가 제대로 일치하는 무대를 선보인 팀에 주목하자. 3분 남짓의 무대이지만 <본격! 무대탐구생활>에서 다룬 이들의 무대는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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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minute ‘거울아 거울아’
최근 ‘거울아 거울아’만큼 화제가 된 안무는 없다. 모두 알다시피 안무의 한 동작이 이른바 ‘쩍벌춤’으로 불리며 논란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공중파 가요 프로그램에서 그런 동작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각자의 입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울아 거울아’의 안무에서 이 동작은 빠져서는 안 될 부분이었다. 단지 그 동작이 안무 중 가장 섹시해서는 아니다.
포미닛은 안무와 노래 가사를 최대한 일치하는 팀이다. ‘Muzik’에서는 제목을 연상시키도록 DJ가 판을 돌리는 듯 한 동작이, ‘Hot issue’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가사에 맞춰 동작 역시 온 몸을 가리키는 안무를 선보였다. 가사와 안무의 일치는 보는 사람들에게 노래와 춤을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드는 수단이다. ‘거울아 거울아’에서도 포미닛의 안무 포인트는 거울을 쓰다듬는 동작이다. 그러나, 손동작에 초점을 맞춘 안무는 몸의 동선이 너무 작다. 대중의 시선을 모으기 어렵다는 얘기다. 또한 포미닛은 지금까지 다른 걸 그룹들보다 강한 이미지를 내세웠고, 특히 ‘거울아 거울아’에서는 멤버 현아의 대학 입학과 함께 보다 성숙한 콘셉트를 지향했다. 의상 역시 지금까지 포미닛의 의상 중 가장 섹시했다.
문제의 동작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울아 거울아’의 포인트 안무는 손에 있지만, 포미닛은 몸 전체에 힘 있는 웨이브를 주면서 성숙한 여성성을 한층 강화하는 동작을 선보인다. 문제의 춤은 이런 섹시한 느낌을 가장 강조하는 동작이다. 이 동작이 빠지면 ‘거울아 거울아’의 안무는 동작의 디테일은 살지만 곡 전체의 느낌을 살릴 전체적인 이미지는 밋밋하게 변한다. 거울을 쓰다듬는 손동작으로 디테일하게 여성적인 면을 연출하고, 동시에 몸 전체의 동작으로 여타 걸그룹과 다른 강하고 섹시한 느낌을 강조하는 게 포미닛의 무대다.
물론 그 동작 자체가 애초에 공중파 무대에 오를 수 없을 만큼 선정적이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포미닛은 누가 무대 중심 자리에 서느냐에 따라 팀 분위기가 달라진다. ‘거울아 거울아’에서도 팀에서 막내인 소현이 후렴구를 부르면 같은 안무라도 귀엽고 풋풋하며, 파워풀한 동작이 강점인 지윤이 센터로 나오면 전체적으로 무대가 파워풀하게 보인다. 현아가 무대 중심에 설 때에는 성숙한 이미지가 부각된다. 특히 현아는 강렬한 눈빛과 동작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안무에 대한 강한 인상을 남긴다. 포미닛 노래가 보통 현아에서 시작되는 것은 현아가 눈빛을 통해 강렬한 이미지를 가장 잘 전달하기 때문일 것이다. ‘거울아 거울아’ 역시 마찬가지다. 아마 ‘거울아 거울아’의 안무가는 멤버들의 각자 다른 매력이라면 대중이 선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닐까. 하지만 결국 안무는 수정됐고, ‘거울아 거울아’의 안무는 다소 밋밋해졌다. 소속사의 홍보대로, 현아가 ‘봉인 해제’할 날은 아직 기다려야할 듯하다.
Let's dance!
- 손에 로션을 바를 때, 비누로 손등까지 깨끗이 씻어내고 싶을 때 거울춤.
Motion capture!
- ‘4minutes left 4minutes left’ : 노래 첫 시작 부분의 현아의 선전포고.
- ‘It's me’ : 여러 짤방으로 활용가능한 지윤의 it's me.
- ‘오늘만은 내가 제일 예쁘다고 말해줘 봐’: 가사 뒤에 나오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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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x) ‘피노키오’
포미닛은 가사에 따라 안무를 구성한다. 반면 f(x)는 가사 대신 박자에 따라 동작을 만든다. ‘Nu ABO’의 ‘화장춤’도 가사에 따른 안무가 아니었다. f(x)의 가사가 동작으로 형상화하기 난해한 단어들의 조합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감안할 때 당연한 일이다. 그만큼 f(x)는 동작 자체가 인상적이지 않으면 춤을 기억하기 어렵다. ‘피노키오’는 그 부분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얼굴 부근에서 손을 움직이는 동작을 많이 사용해 기존 f(x)의 안무보다 쉬운 느낌을 준다. 얼굴 부근의 손 안무가 많아지면서 멤버들의 표정이 강조되고, 그만큼 대중에게 쉽게 기억될 수 있다. 또한 ‘맘에 들게 널 다시 조립할거야’의 ‘조립할거야’에서는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동작으로 가사에 한 글자씩 힘을 주며 음악에 생동감을 준다. 가사와 안무가 일치하지 않는 대신, 리듬과 동작을 일치 시키면서 곡의 리듬을 정확히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든다.
또한 ‘피노키오’는 이 전의 f(x) 무대에 비해 보다 여성스러워졌다. 이전처럼 복잡한 대형과 다이내믹한 동작을 많이 쓰는 대신 멤버들의 밝은 표정이나 작은 손동작을 많이 강조했다 ‘페스츄리, 마카롱, 콜럼버스, 메트릭스' 등 쉽사리 가사로 활용되지 않는 단어가 주는 느낌을 f(x)가 표현하는 듯한 안무로 곡의 발랄함을 더해준다. 이런 무대는 ’피노키오‘가 좋은 반응을 얻는 이유 중 의 하나일 것이다. 조금은 난해한 듯 보이고, 그만큼 개성 강한 f(x) 특유의 분위기에 대중성을 가미하면서 대중성과 다른 걸 그룹과의 차별화를 모두 해낸 셈이다. 그것이 아마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지향하는 f(x)의 색깔 아닐까. 쉴 새 없이 가수들의 대형이 변하면서 동작을 완벽하게 맞추는 SM 특유의 안무 스타일을 좋아했다면 ‘피노키오’의 안무가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f(x)처럼 정확한 답이 없었던 그룹은 대중성에 대한 답 정도는 마련해야 한다. 그 점에서 ‘피노키오’는 f(x)에게 필요한 x값을 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Let's Dance!
- 교수님이 강단에서 학생 부를 때 ‘땃따따’춤으로 엣지있게.
Motion capture
- ‘너란 미지의 대륙의 발견자 콜럼버스’: 손바닥으로 한쪽 눈을 가리는 빅토리아.
- ‘조립할거야’ 손바닥을 쥐었다 폈다 하는 안무: 멤버별로 표정이 살짝 다르니 관찰요망.
- ‘마카롱보다 달게요’: 마카롱보다 달달한 설리의 표정
10 아시아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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