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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준 발언 배경은..'성의표시' 전략 대신 주주권 압박?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40초

"동반성장보다 시장 친화적…관치논란 있으나 주주입장 대변해 문제없다"


[아시아경제 이경호ㆍ박민규 기자]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의 '공적 연기금의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발언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찬성하는 쪽은 뒤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서둘러 의결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진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국민연금 등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정부가 기업의 지배구조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지적도 있다.

◇국민연금, 139개 국내 기업 5% 이상 지분 보유 =국민연금의 적립액은 지난해 말 324조원에 달해 세계 4대 연기금으로 성장했다.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 2043년 2500조원으로 세계 1위에 올라설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55조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해 139개 국내 기업에 대해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는 소극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지난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신한금융지주의 경영권 분쟁 사태 때 2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일본계 주주 등과 달리 전혀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결국 경영진 3인방 간의 다툼이 극단으로 치달아 3명 모두 물러나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왔다. 포스코ㆍKTㆍ제일모직ㆍKB금융지주ㆍ하나금융지주 등의 최대주주지만 방만한 사업 확장 방지 등 경영진에 대한 감시 및 견제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선진국 연기금들, 주주권 행사 적극적 =캘퍼스(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ㆍ미국 사학연금(TIAA-CREF)ㆍ네덜란드 공무원연금(ABP)ㆍ캐나다 국민연금(CPP) 등 선진국 주요 연기금들은 오래 전부터 좋은 기업지배구조의 정착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차원에서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고 있다. 경영자 협의나 이사후보 추천 등 주주 제안과 의결권 행사 등에 적극적이다. 또한 포커스 리스트(경영성과나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기업 명단)를 작성해 경영개입 여부를 결정한다. 투자자 연대나 주주 소송, 입법 운동 등 단체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소극적 =국민연금은 현재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에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의결권 행사지침을 개정해 해외주식 의결권 행사기준을 새로 만들고 국내주식에 대해서도 외부 전문기관에 자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외에 자체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수단은 많지 않다. 실제 국민연금은 경영자 정례 협의나 이사후보 추천, 투자자 연대, 주주 소송, 입법 활동 등이 전무하다. 포커스 리스트도 작성하지 않는다. 의결권 행사도 사전에 공시하지 않고 사후에 공시하는 등 소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기금운용위원회 등의 전문성ㆍ효율성 부족 ▲단기적 성과 평가 ▲연금가입자의 무관심 등을 꼽았다. 김우찬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국민연금이 향후 소극적이고 일회적인 의결권 행사 관행에서 벗어나 ▲의결권 행사지침의 구체화 ▲행사내역의 사전공시 ▲주주 제한 및 주주 간 협의 ▲이사 추천 등의 방법을 통해 주주권을 효과적으로 행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내외 기관투자가 간 연대 등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자본시장 개혁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금사회주의 논란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앞서 '정부가 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연금사회주의(pension fund socialism)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은 "정부가 국민의 저축을 무기로 기업을 통제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현재 기업 지배주주를 뛰어넘어 정부가 지배주주가 되면 말 그대로 공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실장은 "현재 공정위의 출자제한 등도 다소 반시장적 규칙인데 연기금을 통한 경영권 간섭은 기업의 본질적 시장시스템을 무너뜨리는 반시장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금사회주의 발언들이 최근 잇달아 나오는데 국민 돈에서 나온 연금으로 특정 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국민에게 물어봐야 되는 일"이라면서 "오히려 연기금은 특정 기업의 경영권을 지배할 정도로 지분을 보유할 경우 그 의결권을 중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의결권 행사(섀도보팅)만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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