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차 미래와 금융 정책토론회 주제발표
박경서 교수, '연기금의 공적 역할' 강조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으로 하여금 사회적 책임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위해선 지분률이 높은 일부 기업들에 사외이사를 10명 중 1명꼴로 추천하는 등 국민연금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박경서 고려대학교 교수는 26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 3차 미래와 금융 정책토론회에서 ‘공적 연기금의 역할 선진화’에 대한 주제발표를 갖고 "가장 영향력 있는 투자자로서 국민연금의 책임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박경서 교수는 "국민연금의 기금규모가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4.7%에서 2015년 7.7%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SRI)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국내 상장기업 중 91% 내외의 기업에 개인지배주주가 존재하고 절대적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소수 주주권 보호는 물론 내부 경영감시장치인 이사회의 기능에도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기업이 완전히 망해서 쓰러져야만 경영권이 교체되는 문제는 우리나라 전체 경제를 경직되게 만드는 심각한 아킬레스 건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박 교수는 "연기금이 의결권, 임원추천권 등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주주로서의 정당한 권리이자 신의성실원칙에 따른 수탁자의 의무"라며 "기금자산 증식을 위해 적절하게 행사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주식보중이 큰 장기투자자지만 개별기업과의 이해상충이 크지 않아 효과적인 경영감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한 후,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주제안권 행사, 주주협의회 구성,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소송의 활용 등을 꼽았다.
박 교수는 "사외이사 10명 중 1명 정도는 국민연금의 목소리를 담도록 하자는 것으로, 이 때문에 기업의 경영전략이 바뀌지는 않다는다"며 일부에서 제기되는 관치행정에 대한 우려를 해명했다. 그는 "지분률 등을 분석한 결과, 20개 내외의 기업 정도에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박 교수는 "이 모든 것이 공정하고 투명한 과정을 거쳐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경영을 효과적으로 감시함으로써 국민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책임투자를 구현하고, 시장 경제의 선진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2010년 7월 말을 기준으로 기금규모 303억원의 16%선인 48조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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