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은 26일 "거대 권력이 된 대기업을 견제할 효과적인 수단으로는 자본주의 원칙에 입각한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가장 적절하다"며 주주권 행사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곽 위원장은 2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및 지배구조 선진화'를 주제로 열린 제3차 미래와 금융 정책토론회에서 "공적 연기금이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가입자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법적 기본의무를 다하는 것으로서, 민법상의 기본원리일 뿐만 아니라 국가재정법에서도 규정한 의무"라고 밝혔다.
곽 위원장은 이어 "'1주 1권리 행사'는 주식회사의 기본원리이자 자본주의를 실현하는 교과서적 원칙"이라며 "특히 대기업·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나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의 직접 개입보다는 공적 연기금이 보유한 주주권 행사를 통해 접근하는 것이 보다 시장친화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공적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기금 적립액은 지난해말 324조원으로 2020년에는 924조원, 2043년에는 2500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작년말 기준 55조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해 139개 국내 기업에 대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신한금융의 경영권 분쟁의 경우를 보면, 2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 6.08% 보유)이 일본계 주주 등과 달리 전혀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은 불합리한 사례였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곽 위원장은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현재 국민연금이 2대 주주로서 보유지분(5%)이 이건희 회장(3.38%)보다도 많은데,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해왔는지 매우 의문시되고 있다"면서 "삼성전자는 수년전부터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가 예견됐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핸드폰 시장에 안주해온 결과 아이폰 쇼크에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기존 아이템의 효율화와 재무구조 안정에는 성공하고 있지만, 쌓아놓은 내부 유보금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연결시키는데 있어서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신수종 분야의 개발이나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에 미온적인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국가 전체적으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 위원장은 "포스코, KT 등 오너십이 부족한 대기업의 경우에도 방만한 사업확장 등으로 주주가치가 침해되고 국내 경제에 역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연금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시장의 공적기능 회복을 위한 주주권 행사의 모범 전형을 조속히 확립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연금의 내부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하며 관치논쟁 등을 방지하기 위해 국민연금 자체의 지배구조를 개편해 기금운용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도 필수적인 과제"라고 전했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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