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깔까요?"
[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그리스 Grease’. 존 트래볼타, 올리비아 뉴튼존이 주연한 1978년 작 영화와 이름부터 같은 작품. ’그리스’ ‘섬머 나잇’ ‘내가 원하는 건 오직 너’ 등 현재도 큰 사랑을 받는 1970년대 디스코의 명곡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의 시작은 영화가 아닌 뮤지컬이다. 올해로 탄생한 지 39년째,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어디에선 꼭 뮤지컬 ‘그리스’가 상연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뮤지컬 ‘그리스’는 신인 배우의 등용문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지현우, 조정석, 강지환, 이선균 등이 ‘그리스’를 통해 화려하게 배우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지난 4월 8일부터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상연 중인 뮤지컬 ‘그리스’에서도 ‘될성부른 떡잎’이 보인다. 3차까지 가는 치열한 오디션을 뚫고 ‘그리스’의 두 주역인 대니와 로저 역할을 따낸 김응주와 최호승이 바로 그 행운아들이다.
1985년 생 최호승은 과거 ‘그리스’에서 조연인 학생회장 ‘유진’ 역으로 출연한 것이 뮤지컬 배우로서의 경력의 전부다. 1988년 생 김응주는 과거 ‘그리스’에서 앙상블(배역 없는 합창단)로 출연했을 뿐이다.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최호승은 원래 연극과 영화에 미쳐있었다. 그러나 ‘그리스’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면서 최호승은 ‘죽기 직전까지 연습하고, 매일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해야 하는’ 뮤지컬의 매력에 사로잡혔다. 그가 맡은 로저 역은 ‘그리스’의 감초와도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다. ‘오리 궁둥이’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귀여운 엉덩이를 살짝 노출하는 장면을 매번 연출해야 하지만, 노출은 그에게 전혀 문제가 안 된다. ‘필’이 100% 충만한 최고의 로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백 번이라도 더 바지를 ‘깔’ 준비가 되어 있다.
생애 최초로 배역 이름이 있는, 그것도 극을 이끌어야 하는 주연 ‘대니’ 역으로 발탁된 김응주의 부담은 가히 ‘초현실적’이다. 춤과 노래는 기본이고 이번에는 무대 중앙에서 다른 공연자들에게 에너지를 전해주는 무대 장악력도 갖춰야만 한다. 무대 위에서 한걸음 떼기가 아직은 너무 두렵고 부담스럽지만 김응주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잘 잡아내어 매번 조금씩 업그레이드되는 대니를 관객들 앞에 선보이고 싶다. 여전히 두 배우의 대니와 로저에게선 원숙함과는 거리가 있는 신인다운 풋풋함과 어색함이 감지된다. 하지만 문제 없다. 매 공연 시나브로 발전해가는 캐스트들의 모습을 목격하는 것이 뮤지컬 ‘그리스’의 최대 미덕이기 때문이다. 그저 즐겁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사진_류관희(ATLA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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