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헤지펀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고속성장을 거듭해왔다. 더욱이 올해는 그동안 올린 높은 수익 덕분에 유입 자금이 크게 늘어 운용 자산규모가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과 맞먹을 정도로 커질 전망이다.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는 최근 발간한 투자 보고서에서 "올해 헤지펀드 순유입액은 2100억달러(약 227조원)로, 지난해 550억달러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면서 "헤지펀드 운용자금은 올 연말께 사상 최대인 2조250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는 중국의 외환보유액 2조8000억달러에 조금 못미치는 규모이며 2~4위를 차지한 일본, 러시아, 대만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금액이다.
헤지펀드란 고수익 고위험을 추구하는 적극적 투자자본을 말한다. 투자지역이나 투자대상 등 당국의 규제를 비교적 덜 받으면서도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자본을 말한다.
2000년 들어 눈분신 성장세를 보여 온 헤지펀드는 2008년 금융위기 로 위기를 맞았다. 2007년 1조8684억달러였던 자산규모가 2008년 1조4000억달러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2009년부터 다시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에는 1조9173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헤지펀드 정보제공업체 LCH 인베스트먼츠에 따르면 '투자의 귀재' 조지 소로스가 운용하는 퀸텀펀드와 '헤지펀드의 대부' 존 폴슨이 이끄는 폴슨앤코 등 세계 10대 헤지펀드의 지난 해 순익은 280억달러로, 골드만삭스ㆍJP모건ㆍ씨티그룹 등 6개 대형 상업은행이 벌어들인 260억달러보다 많았다.
10대 헤지펀드는 설립후 지금까지 투자자들에게 수수료를 공제하고도 1820억 달러의 순익을 안겨줬다. 소로스가 설립한 퀀텀펀드의 경우 지난 해 상반기에만 30억 달러, 폴슨 앤코는 이보다 많은 58억 달러의 순익을 가져다줬다.지난해 7월 통과된 미국의 도드-프랭크법안(금융개혁법안)으로 대형 은행들의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고위험-고수익 투자 행위는 제한된 반면, 규제가 덜한 헤지펀드들은 이런 파생상품에 마음껏 투자를 할 수 있었다. 특히 헤지펀드들은 금ㆍ석유ㆍ식품 가격 등이 급등할 것으로 보고 원자재 시장에 집중 투자, 큰 이익을 남겼다.
헤지펀드들은 우량 주식에 많이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700개의 헤지펀드들의 포트폴리오를 조사해 헤지펀드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톱10을 선정한 결과 애플이 1위를 차지했으며 씨티그룹과 마이크로소프트가 2. 3위로 나타났다. JP모건체이스, 구글, 화이자, 제너럴모터스, 라이온델바젤, 알콘, CIT그룹이 뒤를 이었다. 폴슨앤코와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가 금과 금융관련주에 집중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90억달러를 운용하는 빌 애크먼 회장의 퍼싱스퀘어 캐피탈 매니지먼트는 랜드리스 레스토랑, J.C. 페니 컴퍼니 등 유통주에 관심을 보였다.
우량주 중심으로 고수익을 추구한 결과 헤지펀드는 높은 실적으 냈고 자연 최고 경영자들은 거액을 챙겼다.지난해 30% 이상의 수익률을 낸 폴슨앤코의 존 폴슨 회장은 자그마치 49억달러를 챙겨 연봉왕에 올랐다. 이는 미국 가구의 연평균 중간 소득인 4만6000달러보다 많은 연봉 5만달러를 미국인 44만1400명에게 줄 수 있는 금액이다.
현재 헤지펀드가 주목하는 투자대상은 브라질 등 신흥국이다. 내로라하는 헤지펀드들이 앞다퉈 브라질에 지사를 설립하고, 현지 헤지펀드들을 합병 중이다.최근 리오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제1회 브라질 헤지펀드 포럼'에는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 스티브 코헨이 운용하는 SAC 캐피털 어드바이저스를 비롯해 수백 개 헤지펀드가 참석했다. 지난해 브라질에 투입된 헤지펀드 자금은 전년 대비 75% 급증한 214억달러에 이를정도다. 성장을 위한유동성이 필요한 브라질에 투자하는 것은 물론, 브라질을 전초기지로 삼아 라틴아메리카 시장에 진출할 생각이다.
중국도 주된 관심사다. 상하이의 컨설팅회사 Z-벤 어드바이저에 따르면 중국의 펀드관리 시장은 지난 해 40% 증가한 3920억 달러에 이르렀지만 헤지펀드의 역할을 미미하다. 그러나 거액 자산가들의 자산을 운용하는 시장이 형성돼 있는데다 중국 당국도 이를 제도권으로 흡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중국은 헤지펀드들에게도 유망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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