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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젊은 영재들의 죽음과 교육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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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KAIST) 2학년 휴학생 박모군이 어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자는 말이 없고 유서도 남기지 않아 명확한 자살 원인을 알 수는 없다. 다만 "최근 성적이 많이 떨어져 상심한 것 같다"는 박군 아버지의 말에 비춰 성적 부진을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이유야 어떻든 젊은 영재의 자살은 개인과 가정의 아픔이요,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KAIST 학생의 자살은 최근 5년간 9명째다. 올 들어서는 넉 달 사이에 벌써 4명이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그저 우발적 사고로만 보아 넘기기 어려운 이유다. 과연 무엇이 이 젊은 영재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가.

학생들은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학교의 지나치게 엄한 학사관리를 이유로 든다. 특히 서남표 총장 부임 이후 성적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 납부하도록 한, 이른바 '징벌적 등록금제'를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창의적인 인재 육성은 말뿐이고 경쟁을 우선해 오직 성적으로만 줄을 세우는 획일적인 학사관리가 학생들로 하여금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살 원인을 꼭 학업 스트레스와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있다. KAIST의 학업 부담이 국내 일반 대학에 비해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해마다 20%의 학생들이 탈락하는 베이징대학 등 외국의 유명 대학과 비교하면 아직도 부족하다는 게 학교 측 얘기다. 학생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경쟁을 유도하는 학사관리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고 학생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려는 대학의 노력과 학생이 느끼는 학업 부담, 상충되는 두 가지를 조화롭게 풀 길은 없는가 하는 점이다. 학업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그렇지만 학생들이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압박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비단 KAIST만의 문제가 아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 모두의 문제다.


젊은 영재들이 아까운 목숨을 스스로 버리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해야 한다. 학교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 정부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미봉책이 아닌 근본 해결책을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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