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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심각한 항생제 과다 복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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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우리나라의 항생제 소비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많다고 한다. OECD는 지난해 '헬스데이터'에서 한국의 항생제 소비량이 31.4DDD로 OECD 30개 국가 중 벨기에와 함께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31.4DDD란 성인 1000명이 하루에 31.4명분의 항생제를 복용한다는 의미다. 항생제 소비량이 가장 적은 네덜란드(12.9DDD)의 두 배가 훨씬 넘는다. 항생제 과다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인식은 널리 퍼져 있지만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게 현실인 셈이다.


항생제 최다 소비국가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갖게 된 데는 가벼운 증상에도 예사로 '독한 처방'을 하는 의료계의 잘못된 관행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무려 55%에 달하는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이 그 방증이다. 네덜란드의 17%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항생제를 만병통치약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환자의 의식도 한몫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제는 항생제를 과다 복용하면 내성이 생겨 약효가 없어진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항생제 내성 폐렴구균 출현 빈도는 77%다. 미국의 38%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100마리의 세균에 항생제를 투여할 경우 77마리의 세균이 살아남는다는 의미로 치료 효과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항생제에 듣지 않는 다제내성균, 이른바 '슈퍼 박테리아'가 생긴 것도 항생제 오남용의 결과다.


슈퍼 박테리아는 2008년 인도에서 처음 발견돼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제까지 14개국에서 360명가량이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12월 처음 감염 환자가 발생해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게 됐다. 항생제 남용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항생제의 남용은 내성균을 불러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뿐 아니라 의료비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의료계가 자발적으로 항생제 과다 처방을 하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항생제를 만병통치약으로 오인하고 있는 환자의 의식 전환도 필요하다. 가축이나 양식 어류에 무분별하게 투여하는 항생제도 문제다. 정부는 항생제 사용의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고 항생제 과다 처방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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