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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의 수녀 엄마들..마자렐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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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열다섯살 다슬이는 단추가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잠옷 바람으로 "당장 마자렐로 센터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다슬이는 대학교수인 아버지를 두고 있지만 어머니가 없다는 걸 부끄러워해 방황했다. 아버지는 딸을 살리는 마음으로 경찰에 신고했고, 다슬이는 법원에서 보호관찰 처분을 받아 이곳 서울시 영등포구의 마자렐로 센터에 맡겨졌다. 다슬이는 생활이 답답했는지 이날 "더 이상 못 참겠다"며 센터를 나가겠다고 말한 것이다. 잠자코 있던 마리아 수녀가 다슬이에게 말했다.


"다슬아, 잠옷 단추가 떨어졌구나. 벗어라. 내가 꿰매주마"

마리아 수녀는 다슬이에게서 건네받은 잠옷을 아무말 없이 정성들여 꿰맸다. 그 모습을 본 다슬이가 눈물 콧물을 흘리더니 울기 시작했다.


"원장 수녀님, 저, 안 나갈래요. 그냥…살래요. 엉엉"

9명의 수녀 엄마들은 한 때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어른들에게 몸을 팔던 35명의 소녀들을 돌보고 있다. 다슬이처럼 학교를 다닐 수 없는 이곳 소녀들은 센터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커피 끓이는 법과 머리 깎는 법을 배웠다. 이런 준비를 해두면 보호관찰 기간이 지나 다시 막막한 세상에 던져져도 커피숍과 미용실에 취직할 수 있을 것이다. 마리아 수녀는 "우리가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삶의 의미를 찾게 도와주는 것과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철없는 소녀들은 수녀 엄마들의 마음을 썩이지 않는 때가 없다. 그럼에도 수녀회가 버림받은 소녀들을 보살피는 까닭은 돈보스코 신부의 말처럼 단 한가지 때문이다. "너는 젊다는 이유 하나로 사랑받기에 충분하다"(김인숙 글라라 수녀)


김 수녀는 아이들이 스스로 변화하는 힘을 믿는다. 그래서 소녀들에게 도종환 시인의 시를 가르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흔들리며 피는 꽃)


수녀 엄마들의 마음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지난달 30일 마자렐로 센터를 찾은 오시장은 소녀들이 끓여준 커피를 대접받았다. 송연순 수녀가 때를 놓치지 않고 부탁을 했다. "정부 급식비 지원으로는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 없습니다. 얘들에게 좋은 걸 먹이고 싶습니다. 지원이 필요합니다."


커피 맛이 좋다며 입을 연 오시장은 관할 부서인 보건복지부의 진수희 장관과 협력해 도울수 있는 방법을 반드시 찾겠다고 약속했다. 오 시장은 4일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해 163억원을 투입해 3만4000명가량이 혜택을 볼 수 있는 무상급식 지원안을 내놓았다.


◆마자렐로 센터 후원계좌:우리은행 1005-601-617154




박현준 기자 hju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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