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인성교육 현장포럼에서 만난 5인방의 조언
[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일까. 사람의 마음을 잡는 것이라고 생텍쥐페리는 얘기했다. 아이들의 마음을 잡는 것도 교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일이다. 수업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올해부터 새로 도입된 '창의·인성교육'을 제대로 해보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열린 창의·인성 교육 현장포럼이 그것이다. 이날 진행된 8개 분야의 워크숍에는 창의·인성 교육에 관심 있는 교원 250여명이 참석했다. 모두 8회로 기획된 1기 창의·인성 교육 현장포럼은 지난해 11월 시작해 이날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이디어꾼들이 창의·인성 교육을 위한 나름대로의 충고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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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
창의는 놀이다. 아무도 놀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무언가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창의력의 출발이란 얘기다. 여러 번 창업하고 그만큼 망하면서 성장했다. 오늘 종이돈 10억 원으로 사업계획을 짜고 서로에게 투자하는 수업을 했다. 도전정신과 잠재력, 협상기술을 기를 수 있다. 이렇게 수업하면 아이들이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아이템을 내놓으리라 확신한다. 준비물을 못 챙긴 아이들을 위해 여분의 준비물을 대여하는 서비스를 한다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다. 직접 겪고 부딪혀서 만들어낼 수 있는 아이템이다. 다시 강조하자면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
미술품으로 창의 수업을 해도 역시 흥미가 필요하다. “이 그림이 200억 원짜리야”라고 얘기하면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자코메티의 '걷는 남자 1'은 1200억 원인데 겸재 정선의 '노송 영지도'는 7억 원에 불과하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먼저 던져주면 미술시장과 작품 가격의 형성, 작품의 공공성이란 개념을 모두 쉽게 끌어낼 수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이 화두인데, 멀리 가지 않아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학교에서 벽화를 그려도 된다. 교장이 벽화 그리기를 반대하면 제안서를 같이 만들어 보는 것도 훌륭한 수업이 아닌가.
김윤경 대전 금동초등학교 교사
창의·인성 교육이 특출난 영재교육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장 큰 소득이다. '말하기·듣기·쓰기' 교과서에서 소설 '소나기'의 일부분을 제시하고 다음에 일어날 일을 묻는다. 아이들은 학원에서 미리 배워 정답을 안다. 소녀가 죽게 되고 도라지꽃이 죽음을 상징한다는 것을 그냥 외우고 있다. 차라리 아이들이 장난치다가 들킨 곰인형으로 수업해 봤다. “선생님이 이걸 어떻게 할까?” 아이들 눈빛이 달라진다. “혼나요” “뺏겨요” “인형 더 있는데” 교실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열리더라. 원래의 교육목표를 오히려 쉽게 달성할 수 있다.
김성룡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
팝페라처럼 다양한 음악 요소들을 뒤섞는 게 바로 디자인이다. 온갖 장르를 합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간다는 점에서 디자인은 그 자체로 창의다. 디자이너로서 자연물이 창의력의 중요한 원천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 호주의 오페라하우스는 소라에서 나왔다. 새 부리 사진이 자동차와 KTX 열차의 모티프가 될 수 있다. 너무 열어놓기보다 이런 유추적 디자인으로 방향을 정하니까 훌륭한 작품이 나왔다. 선생님들이 불과 30분 만에 아이들을 유인할 수 있는 악어모양 숟가락, 나뭇잎 형상 욕조를 만들어냈다. 막연해서 어렵다면 주변을 둘러봐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기가 창의·인성 교육의 핵심이다. 즐겁게 가르치고 또 배우는 것. 교육개혁의 성패가 여기에 달렸다. 노는 토요일과 방학 때 스스로 공부하러 온 선생님들에게서 우리 교육의 밝은 미래를 본다. 하지만 기초학력도 포기할 수 없다. 일본이 즐거움을 강조하는 유도리(여유) 교육에서 성취도 위주로 다시 선회하고 있다. 기초학력 보장은 국가의 책임이다. 창의와 인성을 키우는 데도 중요한 기반이다. 인성 교육은 학교문화 선진화와 민주시민 교육을 통해 키워가겠다. 학생의 인성은 학교의 분위기와 문화를 선진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질 수 있다.
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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