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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을 가꾸며 아이들의 창의성이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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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텃밭도 훌륭한 교실이 될 수 있다. 텃밭에서 어떤 학생은 음악의 영감을 얻고 어떤 학생은 한복 디자인의 모티브를 찾는다. 하자센터가 '자란다 프로젝트'를 통해 텃밭 가꾸기를 한 아이들의 이야기다.


서울시립청소년 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는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3달 동안 '청소년 도시농부 프로젝트 - 자란다'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센터 옥상의 농원에서 격주로 토요일마다 텃밭을 가꾸는 과정이다.

텃밭을 가꾸며 아이들의 창의성이 '자란다' 지난해 6월 하자센터의 '자란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이 옥상농원에서 목초액으로 해충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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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한참 햇볕이 따가워지던 지난해 5월말 시작됐다. 작물은 다양하다. 토마토, 오이, 가지, 애호박, 치커리, 상추, 쑥갓을 가로·세로 1m 가량씩 되는 플랜터에 16개에 심어 길렀다. 밭은 하자센터의 옥상에 만들어졌다. 플랜터 외에 재활용 화분들이 활용됐고 자그마한 밭도 만들었다.


5월 마지막 주에 처음으로 옥상에 발을 디딘 11명의 학생들은 두 시간 가량 텃밭을 조성하고 씨를 뿌렸다. 비료도 주지 않는 좁은 플랜터에서도 작물들은 금방 자랐다. 6월에는 토마토, 가지의 지주대를 설치해줘야 했다. 상추나 오이는 6월에 벌써 중간 수확을 했다. 목초액으로 해충을 잡고 곁잎·곁가지를 떼주다 보니 어느새 한여름 7월. 7월 마지막 주 수업에서는 대대적인 수확과 샐러드 파티가 이어졌다.

도심 한복판에서의 텃밭체험이 학생들에게 미친 영향은 작지 않았다. 음악을 좋아하던 학생은 노래 가사의 영감을 얻었다. 정혜민 학생(16)은 '자란다' 수업 마지막 날 '오이왕자'라는 창작곡을 발표했다. '초록색 망토를 두르고 반짝이는 왕관을 머리에 얹고 우거진 동굴의 숲에서 요리조리 바람에 흔들리네' 초록색으로 익었지만 노란 꼭지를 달고 있는 오이를 묘사한 그의 가사다. 정혜민 학생은 "옥상농원에서 방울토마토나 오이 같은 농작물을 키우고 관찰하고 스케치 하면서 '오이왕자'가 무당벌레나 꽃, 지렁이처럼 주변의 친구들을 만난다는 이야기를 지어냈다"며 "처음엔 소설을 쓰려다 노래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꿨다"고 말했다.

텃밭을 가꾸며 아이들의 창의성이 '자란다' 하자센터의 자란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슬기 학생이 자신이 직접 제작한 한복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밭에서 한 계절을 보낸 유슬기 학생은 자연친화적인 옷을 만들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인천생활과학고 의상디자인과에 다니는 유슬기 학생은 광목천을 떼어오고 한약방에서 소목을 구해 염색했다. 유슬기 학생 역시 수업 마지막 날, 햇볕이 따가웠지만 바람이 불어 유난히 시원하던 옥상농원에서의 기억처럼 시원한 민소매의 한복을 지어냈다. 연분홍색과 보라색 물이 고운 옷이다. 유슬기 학생은 "도시에서 식물을 접할 기회 자체가 많지 않은데 식물을 만져보면서 자연스레 자연친화적인 의상 디자인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자센터의 정다운씨(30)는 "텃밭체험을 통해 창의성을 키워주는 것은 물론 쓸모없는 지붕·옥상이 즐거운 놀이터·배움터·모임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올해 2기에서는 처음에 텃밭을 설계하는 디자인까지 학생들과 함께하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자센터는 다음달 3일까지 15명 정원으로 2기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빠른 4월에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옥상농원 넓이를 더 키울 계획이다.


텃밭이 훌륭한 교실이 있다는 점을 학교와 교육청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5일 텃밭을 통한 교육을 돕기 위해 체험활동 지도 자료집 '텃밭에서 차림까지'를 일선 학교에 나눠줬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학교 텃밭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가꾸고 그 농산물로 전통음식 만들기를 체험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올바른 식생활을 실천하도록 지도하기 위한 창의적 체험활동 지도 자료집"이라고 설명했다.




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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