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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레터]너무나 긍정적인 동반성장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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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레터]너무나 긍정적인 동반성장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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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대ㆍ중소기업을 총망라하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지난주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산업계를 넘어 사회 전반적으로 화두가 된 동반성장과 관련해 기업의견을 조사한 자료의 제목은 '대부분 중소기업들, 올 들어 동반성장 성과 있었다'였습니다. 중소기업이 모기업과의 거래시 불공정거래가 개선됐다고 응답한 기업들이 많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굵은 글씨체로 중소기업에게 큰 부담인 '구두발주가 개선됐다'고 응답한 기업이 97% 이상이며 '납품대금을 부당하게 깎는 일이 개선됐다'고 응답한 기업이 89%를 넘었다는 내용을 강조하는 등 최근 범사회적으로 동반성장이 제대로 정착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수치화했습니다. 자료를 받아보고선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소기업 현장을 직접 다니며 들었던 현장 목소리와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나치게 '긍정적'인 수치가 나온 이유는 설문방식을 보니 이해가 됐습니다. 우선 조사대상 가운데는 대기업이 전체의 3분의 1인 100곳이 포함됐습니다. '중소기업 기술을 탈취했느냐', '모기업 담당자가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냐'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대기업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입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상당수가 허수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수치가 '낮은' 항목은 원자재가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됐는지 여부였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3분의 2가 '문제가 없거나 개선됐다'고 답했습니다. 대기업들이 모두 문제가 없거나 개선됐다고 답했다고 가정할 경우 설문에 참여한 중소기업 가운데 절반 정도만이 긍정적인 답을 한 셈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설문이 담고 있는 함정은 상대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는 점입니다. 각 항목에 대한 답변은 ①문제없거나 많이 개선, ②일부 개선, ③개선 없음, ④ 악화 등 총 네가지로 구성됐습니다. 자료를 만들 당시 ①, ②번 항목과 ③,④번 항목을 한데 묶어 통계화한 오류는 차치하더라도 질적 변화가 아닌 양적 변화만을 따진 이같은 조사는 반쪽짜리 결과물에 불과합니다. 대통령까지 나서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마당에 어느 대기업책임자가 여전히 협력업체 기술을 빼앗고 납품단가를 후려칠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동반성장이 구호에 머물지 않기 위해선 현실을 제대로 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초과이익공유제 화두를 꺼내며 '탁상행정 아니냐'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도 최근 "산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좀더 면밀히 들을 필요가 있다"며 대중소기업 종사자들을 더 자주 만나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최대열 기자 dycho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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