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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레터]나목과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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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레터]나목과 봄 이승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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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지난해 원자재 값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던 골판지 업계에 전화를 걸어 봤습니다. 해가 바뀐 뒤에는 상황이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다행히 이번달 폐지 값이 3만원 내려갔다"며 "그나마 업계 숨통이 틔였다"고 말합니다. 지난해와는 달리 그나마 목소리에 생기가 도는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켠은 여전히 무겁습니다. 원자재 값 인상에 따른 타격은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폐지는 골판지를 만드는 원료입니다. 지난해 초 톤(t)당 12만원이던 폐지 가격은 9월경 18만원에 이어 지난달 24만원까지 올랐습니다. 그랬던 가격이 이번달 들어 조금 꺾여 20만원선에 머물러 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교하면 66%나 오른 가격이지만 이만큼도 다행이라며 기뻐하는 게 우리 중소기업계 현실입니다. 안쓰러운 마음입니다. 스파게티를 사주지 못해 마음이 먹먹한데 라면에도 기뻐하는 자식을 보는 기분이랄까요.

납품 단가를 올리면 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그게 쉽지 않습니다. 한 골판지 업체 대표는 "납품단가가 제자리 걸음인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며 "그나마 지난해 올랐던 단가를 올해 들어 다시 낮추려는 곳도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문득 '나목(裸木)'을 떠올렸습니다. 나목은 얼마 전 별세한 고 박완서 작가의 처녀작이자 출세작 제목입니다. 말 그대로 벌거벗은 나무이지요. 나목하면 추운 겨울 헐벗은 채 서 있는 나무가 생각납니다. 현재 우리 중소기업계도 나목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올 초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중소기업 300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2.4%가 '원가상승 때문에 경영부담을 크게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지난해부터 불어 닥친 원자재 바람은 여전히 중소기업인들을 헐벗게 하고 몸을 얼어붙게 하고 있습니다.

나목에는 언젠가 싹이 트기 마련입니다. 따뜻한 봄이 찾아오면 말이지요. 마침 열흘 후면 입춘(立春) 입니다. 원자재 바람을 뚫고 함박웃음을 짓는 중소기업계 소식을 전할 수 있길 바랍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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