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콩쥐는 웁니다. 아무리 물을 채워도 독이 차지 않는 겁니다. 못된 팥쥐와 계모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때 나타난 두꺼비, 독에 구멍이 있다며 자신이 메워주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콩쥐는 독 한 가득 찰랑이는 물을 채워 넣을 수 있었습니다.
중소기업 대표들은 울고 있는 콩쥐입니다. 아무리 인재를 회사에 채워도 가득 차지 않습니다. 신입사원도, 경력사원도 물새듯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만난 중소기업 임원도 마치 울듯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지난해 12명을 뽑았는데 8명이 나갔습니다. 경력사원도 3명 채용했는데 모두 나갔고요. 나갈 걸 감안하고 50%를 더 채용했는데도 이 정도예요. 정말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본사가 위치한 지역에 연고를 둔 인재만 선발했는데도 중간에 그만두는 사원이 많다고 하소연입니다. 고민 끝에 이 회사는 매년 1명씩 선발해 대학원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라도 하면 회사에 머물러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말입니다.
아무래도 중소기업은 두꺼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인재가 사라지는 구멍을 막아줄 두꺼비 말이지요.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연봉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합니다. 혹은 "복리후생이 안 좋으니"라고 합니다. 물질적인 보상을 두꺼비로 보는 겁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아무리 직원 혜택을 강화해도 대기업을 좇아갈 수는 없습니다. 한계가 있습니다.
진정한 중소기업의 두꺼비는 조직문화입니다. 최근 발표된 한 경제연구소 보고서를 보면 이에 관한 부분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복리후생이 좋다는 구글을 떠나 페이스북으로 가는 인재들이 있습니다. 이유를 묻자 "좀 더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조직을 원하기 때문에"라고 답합니다. 돈이 전부가 아닌 겁니다. 인재들은 높은 연봉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조직문화에 더 매력을 느낍니다.
최근 방문한 한 소셜커머스 업체에서 그 현장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직원 숫자가 200명인데 평균 나이는 26세인 곳입니다.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자유롭고 능동적인 회사 분위기가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새벽에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전화회의를 합니다. 즐거워 일을 하다 보니 업무 시간과 비업무 시간의 경계가 모호합니다.
기존에 하던 일을 접고 이 회사에 몸담은 이들이 많습니다. 다들 "즐겁고 만족한다"고 합니다. 직원들이 조직문화에 감화돼 스스로 움직이는 회사, 그런 곳이 중소기업이 가꿔가야 할 지향점입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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