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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탑, 지진 때문에 무너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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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일본 동북부 대지진은 지진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환기시켰다. 그간 '지진 안전지대'로 분류돼 지진 현상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던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진 발생의 원인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학설이 있다. 탄성반발설과 판구조론이다. 탄성반발설은 1906년 캘리포니아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질학자인 레이드(H. F. Reid)가 주장한 것으로, 지면의 단층에 작용하는 탄성력이 커졌을 때 급격한 파괴가 일어난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현재 학계의 주류로 인정받는 것은 판구조론이다. 판구조론에 따르면 지구의 표층을 이루는 암석권은 유라시아판, 태평양판, 북미판 등 10여개의 판으로 나뉘어 있다.

두께 100여킬로미터(km)에 달하는 판들이 각각 매년 수 센티미터(cm)속도로 맨틀 위를 이동하면서 부딪히거나 미는 등 마찰을 일으킬 때 막대한 에너지가 지표면으로 분출되면서 지진이나 화산활동 등이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판과 판의 경계에서는 마그마가 분출할 가능성도 높아 지진 발생이 잦은 지역과 화산현상이 발생하는 지역은 거의 비슷하다. 일본은 필리핀판이 유라시아판, 북아메리카판과 만나는 지진 다발지역에 속해 있다. 최근 대지진이 발생한 아이티, 칠레 등도 이 지역에 위치한 국가다. '환태평양 지진대'로 불리는 이 지역은 고리 모양으로 생겨 '불의 고리'라고도 불린다. 대만도 환대평양 지진대에 속한 국가다. 지난 20일 대만에서 일어난 진도 5.9의 지진도 환태평양 지진대의 영향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은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해 있어 그간 지진이 적은 편이었다.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은 1980년 1월 평북 의주에서 발생한 진도 5.3의 지진이었다. 2004년 5월에는 경북 울진 해상에서 진도 5.2의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질적 피해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연평균 10회 정도 진도 3.0 지진이 발생하지만 이 역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수준'의 지진으로 피해는 없다.

하지만 속단은 이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헌철 박사는 "우리나라에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관측이 되지 않았던 역사시대의 지진을 살펴볼 때 우리나라에도 분명 대규모 지진이 있었다는 것이 지 박사의 주장이다.


지 박사는 "불국사 석가탑도 지진 때문에 무너졌다는 기록이 있다"고 설명했다. 석가탑 하단에 숨겨져 있던 종이에 쓰인 기록을 최근 해독한 결과 석가탑을 만들 때 지진이 일어나서 일부가 무너졌다고 쓰여 있다는 것이다. "무너진 데를 보수하다가 또 지진이 왔는데, 첫번째 지진보다 피해가 너무 커서 자재가 없어 수리를 못 하고 있다가 나중에 임금이 하사금을 내려 수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우리가 모르고 큰 지진이 없었다고만 생각했던 거죠."


지 박사는 "1400년대 역사 기록에 울산 근처에서 큰 지진이 났다는 것도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지표면까지 약 10cm가량 지진해일(쓰나미)로 인한 침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울산 일대 해역의 수심이 매우 얕아 지진이 일어나더라도 해일의 영향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일부 학자들은 이 지진이 진도 7에 달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 박사는 "과거 역사시대에 일어났던 지진이라도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며 "869년 센다이 앞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 광범위한 지진해일 피해를 입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강조했다. 센다이 일대에서는 근대에 들어와서도 진도 7.5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지진해일은 피해가 없었다. 지 박사는 "이 때문에 역사시대 지진의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대비를 안 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원자력발전소 등 국내 특수시설물이나 주요 기관시설물 지진대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내진 범주를 더욱 상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원전들은 지반가속도 0.2g에 맞춰 설계돼있다. 진도 6.5 지진을 견딜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일본 대지진 이후부터는 내진설계 기준을 7.0으로 상향했다. 그간 예상치보다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염려 때문이다. 진도 7.5에서 8에 해당하는 강진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으나 예상밖의 진도 9 지진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일본의 사례가 경종을 울린 셈이다.


기존 시설물에 대한 점검과 평가 역시 예상가능한 진도를 전제하고 쓰여진 점검 시나리오를 뛰어넘어 새롭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시각이다. 지 박사는 "점검 시나리오에 따른 점검은 큰 의미가 없다"며 "일본 지진이 우리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던 만큼 '다른 시나리오'가 발생할 수 있지 않느냐는 걸 염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수진 기자 sj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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