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일본 강진' 이후 자동차 부품난 두 얼굴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정품 가뭄에 애타는 일본 vs 짝퉁 활개에 속타는 중국'
'3ㆍ11 강진'으로 자동차 부품 생산 시설이 파괴되면서 극심한 부품난이 이어지는 일본과 달리 중국에서는 짝퉁 부품이 활개를 치는 등 양국 시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1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자동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부품 시장에서 짝퉁 판매가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현대모비스가 중국을 찾아 현황을 파악한 결과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북경이 자랑하는 자동차 부품 도매 시장 '오방교'에서는 현대모비스나 만도, 한라 등 국내 브랜드를 흉내낸 짝퉁 부품들이 날개돋힌 듯 판매되고 있었다. 현장을 찾았던 한국 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가의 30% 수준에 모비스 브랜드의 램프나 범퍼 등이 팔리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단속을 하지만 역부족"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중국은 지난 해 신차 판매 대수가 1806만대를 기록, 전년 대비 32.4% 증가하면서 미국을 제치고 2년 연속 세계 1위를 고수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부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덩달아 짝퉁도 활개를 치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피해도 심각해 현대모비스의 경우 지난 해 피해액이 200억원 정도로 집계됐다. 하지만 단속되지 않은 규모를 고려하면 실제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모비스는 현지 법률 대리인을 통해 분기별로 단속하던 것을 수시 단속으로 바꾸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광조우와 상주 등지에서 짝퉁 부품들이 제작돼 북경으로 몰려들고 있다"면서 "게다가 짝퉁 판매 상인들이 단속반들에게까지 거칠게 저항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짝퉁도 문화'라는 중국 내 인식이 느슨한 단속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중국이 짝퉁 부품 활개로 몸살을 앓는 것과 달리 일본은 3ㆍ11 강진 여파로 부품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자동차 부품 수출 규모는 연간 5조6000억엔(약 700억달러)에 달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전반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토요타는 일본 내 조립 공장 조업 재개 시기를 당초 16일에서 22일로 미뤘다. 지금도 생산라인을 가동할 수 있지만 부품 공급이 재개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혼다, 닛산 등도 부품 수급이 어려워 며칠 더 공장을 세워놔야 할 처지다. 미국ㆍ인도 등에서 가동 중인 일본 자동차 생산 공장들도 엔진, 트랜스미션 등 일본서 공급받는 핵심 부품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정상 조업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국내 자동차 기업들도 부품 품귀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대ㆍ기아차는 일본산 부품 사용이 변속기 등에 제한된 데다 아직은 재고가 넉넉하지만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GM과 르노삼성도 재고 물량이 바닥나는 이달 말부터 생산 차질을 우려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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