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우리나라가 원유 매장량 1000억배럴로 세계 6위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유전개발권을 확보했다. 우리나라가 개발할 수 있는 원유량은 매장량 기준 12억배럴 수준으로 국내에서 1년2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현재 유가와 환율 기준으로 132조원에 달하는 규모로 우리나라 석유 개발사상 최대다. 2009년 UAE 원전 수주에 이은 또 하나의 개가다.
UAE 유전 개발 참여는 국가에너지 안보 강화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정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원유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셈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입 원유의 81.8%(지난해 물량 기준)를 차지하는 중동의 핵심 유전지역에 진출했다는 점도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 값진 성과다.
이번에 확보한 UAE 유전 개발권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앞으로 최소 10억배럴 이상의 대형 유전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다. 다른 하나는 원시부존량이 5억7000만배럴에 이르는 3개 미개발 유전광구에 대한 독점 개발권리다. 양국은 또한 아부다비 원유 600만배럴을 현지의 우리 비축시설에 저장하고 유사시에 우리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도 합의했다.
아부다비 유전 개발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우리의 석유와 가스 자주개발률은 현재의 10.9%에서 15%로 크게 높아진다. 중국의 27%(2008년), 일본의 22.4%(2007년)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2007년 말의 4.2%에 비하면 3배가 넘는 규모다. 2013년 20%, 2016년 28%로 잡은 목표 달성을 위해 UAE뿐 아니라 이라크 등 주요 전략지역을 지속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아부다비 유전 개발은 아직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 교환 수준이다. 어느 유전에 어떤 형식으로 참여하게 될지는 본계약 때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3개 미개발 유전도 큰 줄기만 잡은 채 추후 협상에 맡기는 '주요 조건 계약서(HOT)' 수준이다. 아울러 10억배럴 이상의 유전 인수를 뒷받침할 금융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는 신속한 후속협상과 면밀한 자금 확보 등을 통해 차질없이 본계약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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