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김영식 기자] 일본 역사상 최악의 지진에 따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7조엔 규모의 유동성을 금융시장에 공급하는 비상조치를 발표했다. 엔화가치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증폭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탔으나 BOJ의 조치 후 진정 국면을 보여 이후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BOJ는 14일 오전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7조엔(약86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그리스발 유럽 재정적자위기가 발생했던 지난해 5월 이후 다시 비상조치에 나선 것으로 기존 35조엔의 대출프로그램 및 자산 매입 규모를 유지하는 가운데 이루어진다.
시라가와 마사아키 일본은행(BOJ) 총재는 13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면서 "월요일 아침부터 엄청난 규모의 추가 자금을 금융시장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BOJ가 주말동안 13개 시중 은행에 550억엔을 공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BOJ는 기준금리를 현행 0~0.1%로 유지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의 디플레이션 해소를 위해 조만간 BOJ가 기준금리 인상 등 출구정책 단계로 이행할 가능성을 점쳐 왔으나 이번 대지진 사태에 따른 추가 유동성 공급조치로 인해 당분간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전장대비 1.2% 내린 달러당 81.87엔을 기록한 뒤 14일 달러당 80.63엔까지 떨어지며 강세를 보였으나 오전 7시를 즈음해 다시 올라 오전 10시 00분 현재 82.04엔까지 회복됐다.
통상적으로 자연재해 등이 발생했을 경우 해당국가 통화는 수요 감소에 따라 약세를 보이나 일본 엔화는 지진 발생 후 예상 외의 강세를 보였다. 로이터통신은 대지진으로 일본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를 줄일 것이라면서 제로 수준인 기준금리를 이용해 해외 자산 투자에 나섰던 일본인들이 엔화를 본국으로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위해 해외자산을 매각하면서 엔화를 사들일 것으로 전망했다.
엔화의 가치는 지난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에도 크게 올랐다. 고베 대지진으로 일본은 1조4000억달러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한 재건 산업에 대한 기대로 엔화의 가치는 달러 대비 약 20% 올랐다. 뉴욕 멜론은행의 마이클 울포크 외환 전략가는 "1995년 당시에도 엔화가 크게 올랐다"면서 "일본인들이 해외자산에서 엔화를 빼내 본국으로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엔화가 장기간 강세를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인 씨티은행의 앤드류 콕스 외환 전략가는 "엔화가 1995년 때처럼 초강세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일본인들이 그때처럼 해외자산을 매각해 엔화를 자국으로 가져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해수 기자 chs900@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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