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3D TV를 둘러싸고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두 회사의 신경전이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지나친 느낌이다. "LG는 기술없는 것을 말로 때운다"느니 "삼성이 이성을 잃고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느니 험한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감정 섞인 진흙탕 싸움이다.
세계 3D TV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두 회사의 공방을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건전한 비판은 서로에게 자극제가 돼 각자 기술 개발에 더욱 힘을 쏟도록 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거티브 전략에 의한 흠집내기, 감정 싸움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어느 회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제 얼굴에 침 뱉기다.
기술 측면에서도 그렇다. 쉽게 풀면 삼성은 특수 안경으로 3D 효과를 내는 방식이고 LG는 TV에서 좌우 눈에 다른 영상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기술 자체가 다르다. 기업의 선택에 달린 문제다. 일본의 소니, 파나소닉 등은 삼성과 같은 방식을, 대만의 비지오, 네덜란드 필립스 등은 LG의 방식을 사용하는 등 세계 시장이 갈려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더욱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두 회사의 낯뜨거운 설전을 이해하기 어렵다. 삼성 방식은 화질이 좋은 반면 안경이 무겁다는 단점이 있고 LG 방식은 안경이 가벼워 편안하지만 화질은 다소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즉 화질을 우선하는 소비자들은 삼성 방식을, 편안함을 원하면 LG 방식을 구입할 것이라는 얘기다.
시장 선점을 위한 결정적 요소는 하드웨어적인 기술이 아니다. 또한 완벽한 기술이란 없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면서 완성도를 높여나가는 것이다. 삼성은 안경의 무게를 줄이는 등 착용감을 편하게 하고 LG는 선명한 화질을 구현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 더 매달리는 게 바람직한 경쟁이다. 네거티브 전략으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소비자의 선택에 달린 문제라는 점이다. 과거 비디오(VHS와 베타)나 고화질 DVD(블루레이와 HD-DVD) 등 표준화 논쟁에서 승부를 가른 건 소비자들의 선택이었다. 3D TV 역시 마찬가지다. 기술로 싸우고 소비자들의 판단을 기다리는 게 글로벌 기업다운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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