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제역이 발생한 지 오늘로 100일째다. 날이 풀리면서 구제역의 기세는 한결 수그러든 모습이다. 그러나 어제 울산의 4개 농가에서 돼지 구제역이 추가로 발생하는 등 아직 완전히 물러간 것은 아니다. 위력은 한풀 꺾였다지만 아직 긴장을 풀 때가 아니다.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방역망 가동에 빈틈이 없어야 할 것이다.
'구제역 100일'이 남긴 상처는 크다. 직접적으로는 6일까지 전국 11개 시도 75개 시군구에서 돼지와 소 등 347만1000여마리를 살처분함으로써 축산업의 기반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6200여곳 축산농가는 시름에 젖어 있다. 매몰보상금, 생계안정비, 백신접종비용 등 피해액도 3조원에 이르러 나라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줬다.
후폭풍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대량 살처분으로 공급량이 달리면서 돼기고기 값이 껑충 뛰고 관련 음식 값도 덩달아 오르는 등 가뜩이나 물가고에 시달리는 가계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우유 보급도 10%가량 줄어 새학기를 맞은 학교 급식에도 비상이 걸렸다. 더 큰 문제는 규정을 지키지 않고 급하게 매몰한 탓으로 매몰지의 붕괴 및 침출수 유출로 인한 지하수 오염 등 2차 환경재앙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실제 정부가 전국의 매몰지 4172곳을 조사한 결과 9.8%인 412곳이 수질과 토양 오염이 우려돼 차수벽 설치와 배수로 정비 등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경기도 지역의 경우 구제역 매몰지 주변의 지하수 1637곳 가운데 21.8%인 357곳은 마실 물로 부적합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의 장담과는 달리 이미 침출수로 인한 오염이 상당 부분 진행돼 국민의 식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얘기다. 비단 경기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닐 것이다.
구제역 100일에서 얻을 것은 뼈아픈 교훈이다. 재앙이 다시 닥치지 않도록 방역 시스템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획기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재발 방지 차원에서 초기 대응 실패와 부실한 사후 대처, 백신 접종 시기 오판, 규정을 지키기 않은 매몰 등은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할 것이다. 당장은 매몰지가 환경오염 등 제2, 제3의 재앙으로 번지지 않도록 빈틈없는 오염방지책을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 소를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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