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KBS2 '가시나무새'가 수목드라마 부문 꼴찌를 벗어나지 못한 채 극 초반부터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워도 다시 한번'의 김종창 PD와 '에어시티' '아버지의 집'의 이선희 작가가 손을 잡은 '가시나무새'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상처를 지닌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사랑과 야망, 배신과 용서, 인간의 강인함과 나약함 등에 대해 살피는 드라마다.
고아 소녀가 성장해 단역배우에서 스타가 되는 성공 스토리인 이 작품에 대해 이선희 작가는 "깊은 어둠 속의 별처럼 빛나는 사랑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시나무새'는 아역배우들이 등장한 초반부터 '출생의 비밀'에 집중해 시청자들에게 식상한 인상을 남겼다.
부모가 누군지도 모른 채 보육원에서 자란 서정은(한혜진 분), 사춘기 시절 입양된 아이라는 걸 알게 된 한유경(김민정 분) 그리고 재벌 아버지의 서자로 상처를 안고 자란 이영조(주상욱 분)가 운명적으로 얽히게 된다는 것부터 심상치 않다.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세 남녀는 10여년의 시간을 따로 지낸 뒤 우연히 영화제작사에서 다시 만난다. 이영조가 일하는 영화사에 한유경이 신입 프로듀서로 들어오고 서정은은 무명배우로 오디션에 참석한다. 유경이 자신의 친모라 생각하는 윤명자(차화연 분)는 이 영화사가 제작하는 영화에 출연한다.
자신의 치부를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은을 증오하는 유경은 정은이 영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뒤 영조를 차지하려 한다. 10년을 따로 지냈던 인물들은 마치 초자연적인 우연의 힘이 작용한 듯 한꺼번에 한자리에 모이고 운명적으로 얽히고설킨다.
'가시나무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등장인물들의 운명을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이어지게 만들기 위해 우연과 작위성을 지나치게 끌어들인다는 점이다. 구태의연한 출생의 비밀과 3각, 4각관계를 부각시키기 위한 초반 설정은 안이하고 기계적이다.
이 때문에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도 특색이 없고 평면적으로 보인다. 한혜진 김민정 주상욱 등 젊은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는 틀에 박힌 캐릭터 속에 묻힌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정은과 가슴에 품은 가시 때문에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악녀 유경, 재벌가의 서자라는 굴욕적인 운명을 이겨내고 성공하는 영조는 세 배우의 연기력을 제대로 드러내기엔 너무 전형적이다.
'가시나무새'가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힘은 배우들의 매력밖에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한혜진의 따뜻하고 밝은 이미지와 김민정의 상처를 품은 날카로움은 드라마의 전개에 따라 지금껏 보인 것보다 훨씬 치열하게 부딪힐 수 있다. 이전의 '실장님'과는 다른 연기를 보이는 주상욱의 변신도 더욱 두드러져보일 수 있다.
드라마의 초반 설정과 전개를 위해 우연과 작위성을 무리하게 끌어들인 '가시나무새'가 평면적이고 기계적인 구성을 떨쳐내고 보다 유기적인 화학작용과 입체적인 전개를 펼쳐보일 수 있을지 시청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 k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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