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전기요금 패러다임을 바꾸자<하> 전기요금 개편방안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국제유가가 100달러를 지속 상회하자 정부가 에너지위기 경보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시켜 공공ㆍ민간의 강도높은 에너지절약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원가 이하로 판매 중인 전기요금에 대해서는 요금현실화와 함께 가격체계를 개편하기로 방침을 확정했다.
전기요금은 상반기 중에는 한번은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고 유가가 지속 상승세를 유지하면 7월 이후 연료비 연동제(유가ㆍ 유연탄가격 등의 원자재의 국제시세에 따라 전기요금을 인상ㆍ인하)시행에 따라 전기요금이 추가로 오를 수 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7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상반기 중으로 전기요금 로드맵을 수립하고 단계적으로 요금을 현실화해 합리적인 전기소비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물가안정관계부처회의에서도 "공공요금 인상을 최소화하되 전기요금 등 원가 이하의 판매구조를 가진 에너지요금은 단계적으로 현실화하겠다"고 밝혔다.
◆원가 이하 현실화..에너지원간 왜곡 개선=전기요금 개편방향은 우선 원가보다 낮은 전기요금의 현실화를 통해 에너지원간 왜곡된 가격체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전기는 가스나 유류 같은 발전연료(1차 에너지)를 연소시켜 만드는 2차 에너지로, 에너지효율이 등유의 45% 수준에 불과하다. 2002년 이후 등유가격이 98% 오르는 동안 전기요금은 12% 오르는데 그치면서, 2차 에너지인 전기요금이 1차 에너지인 등유에 비해 오히려 23% 낮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2002년 이후 전력사용량은 42% 증가한 반면 등유사용은 67%감소했다. 겨울철 난방수요가 전력으로 집중되는 왜곡된 에너지소비자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에너지 사용은 국가적인 에너지비용 낭비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겨울철 피크시간만을 위해 전력설비를 추가로 건설해야 하는 비효율을 가져오고 이는 곧바로 요금인상 요인이 된다. 합리적인 에너지 가격체계 개편을 통해 왜곡된 에너지 사용을 바로잡고 국가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어느때보다 시급하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계절ㆍ시간대별 차등적용…동절기 피크시간 부하관리=동계 피크발생 등 전력소비 패턴 변화를 반영하는 계절별, 시간대별 요금체계 개선이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오는 7월부터 주택용 전기요금을 현행 제도에 추가로 계절별ㆍ시간대별(계시별)로 2~3단계 차등 적용된 요금제를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도입대상은 실시간으로 전기사용량과 전기요금을 파악할 수 있는 스마트미터(전자식전력량계) 보급 대상가구로 작년말 89만호, 올해 75만호 등 164만호가 대상이다.
계시별 요금제는 장기적으로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똑똑한 전기사용과 소비)의 핵심인 실시간전기요금제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이다. 한전은 오는 2020년까지 스마트그리드부분에 총 8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이중 1조1367억원을 투입해 전국 1900만호 모두에 스마트미터 보급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재 주택용 전기요금제는 기본요금에 전기 사용량에 따라 1∼6단계로 부과액이 다른 누진제로 운영되고 있다. kWh당 1단계(55.1원)와 6단계(643.9원)의 차이는 11.7배에 이른다. 계시별 요금제는 계절별로 시간대별로 요금비율을 정한 2~3단계 요금제도를 선택하는 것이다. 현재는 일반용ㆍ교육용ㆍ산업용 등에서 계시별을 적용하고 있다.
계절별로는 춘ㆍ추계(3~6,9~10월), 동계 (11∼2월), 하계 (7 ~ 8월) 순으로 돼 있다면 일반용(1대1.1대1.5), 교육용(1대1.1대1.6), 산업용(1대1.1대1.3)으로 다르다. 통상 봄ㆍ가을을 1로 보면 여름이 비싸고 겨울이 덜 비싸다. 시간대별로는 사용량에 따라 경부하(밤에서 새벽), 중간부하(오후에서 저녁), 최대부하(일과시간)으로 나눠서 1대 1.9대 2.8식으로 요금비율을 상이하게 책정한다.
현재 가구당 월 평균 전기요금은 4만~5만원 수준이어서 계시별 요금제를 해도 전기요금에 큰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스마티미터가 전국에 보급되고 전기요금이 현실화되면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전망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전기요금이 전반적으로 현실화될 경우에는 소비자들의 전기요금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져 계시별 요금제, 실시간 요금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소비자는 원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전기소비를 합리화하고, 기존 요금제와 비교해 보다 저렴한 요금을 선택함으로써 소비자편익도 증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7월부터 연료비 오르면 요금도 올라=연동제가 올 7월 시행되면 7~9월까지 석 달간 연료비 변동분을 산정해 두 달이 지난 12월분(11월 사용치부터)부터 반영하게 된다. 전력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료비 급등시 물가영향ㆍ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기준연료비 대비 150% 이상 상승할 경우에 연동하고 하락할 경우는 하한선을 설정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요금의 빈번한 조정시 요금의 안정성이 저해돼 연료비의 변동이 ±3%를 초과할 경우에 한해서만 조정키로 했다"고 말했다.
한전 관계자는 "연료비 연동제는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전기사업자가 통제하기 곤란한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반영함으로써 소비자에게 가격신호를 적기에 제공하고 합리적인 전력소비를 유도하는 제도"라면서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된 제도이지만 국내에서는 처음 도입되는 제도인만큼 상반기 중 전 직원 대상 사내교육(사이버ㆍ집합ㆍ순회교육)과 대국민홍보 등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관련 시스템 보완을 통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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