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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100일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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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김승미 기자] 구제역 100일째. 지난해 11월 말 발생해 사상 최악의 피해를 기록한 구제역이 8일로 발생 100일째를 맞는다. 이 기간 구제역 바이러스는 경북 안동을 시작으로 호남과 제주지역을 제외한 전국으로 퍼져 나가 6200여 농가의 소·돼지 340만마리를 집어 삼켰다.


당황한 방역 당국이 뒤늦게 '백신 접종'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고 진화 작업에 나섰지만 구제역 확산을 막지는 못했다. 지금까지 살처분 보상금, 방역비 등 실질적인 재정 소요액만 3조원에 육박한다.

이런 가운데 4000곳이 넘는 가축 매몰지 곳곳에서 흘러 나오는 침출수 등 '구제역 2차 오염' 우려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구제역이 가축전염병이 아닌 '국가 재앙' 사태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구제역 '100일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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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일 동안 소·돼지 340만마리 매몰 = 이번 구제역이 처음 확인된 것은 지난해 11월 29일 경북 안동시 와룡면의 한 돼지농가에서다. 이 농가 돼지들의 유두에 염증 증세가 나타나 농장주가 방역 당국에 신고했고 정밀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이 내려졌다. 지난해에만 벌써 세번째 구제역이다.

이 바이러스는 빠르게 확산돼 경북 전 지역을 초토화 시켰고 발생 보름 만에 경기도에 상륙했다. 이후 구제역 청정지역인 강원도를 덮쳤고 지난해 상반기 이미 구제역의 아픔을 겪었던 인천 강화도에서도 발생했다.


이어 구제역은 남하하기 시작해 충북과 충남을 차례로 집어 삼켰고, 보다 못한 방역 당국은 찬반 논란이 팽팽한 가운데 '백신 접종'이라는 카드를 10년만에 다시 꺼내들며 진화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구제역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부산, 경남에까지 퍼져 발생 100일 동안 호남과 제주지역만을 제외한 11개 광역시·도, 75개 시·군·구로까지 확산됐다. 7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구제역으로 6200여 농가의 소·돼지 340만마리가 살처분·매몰됐다.


또 매몰 보상금, 생계안정비, 백신 접종비용 등 구제역으로 인한 실질적인 재정 소요액만 3조원에 이른다. 이는 농식품부 올 한 해 예산(14조7000억원)의 20%가 넘는 막대한 금액이다.


여기에 유·무형의 가치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피해액은 지금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 초기대응 미숙이 참화 불러 = 사태가 이렇게 심각해진 것은 정부의 안일한 초기대응 탓이다. 구제역이 최초로 신고된 것은 지난해 11월 23일이지만 방역당국이 확인한 시기는 29일이다.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을 무려 엿새간 방치한 셈이다.


그 사이 해당 농가를 방문했던 사람이나 차량은 아무런 제재가 없었고 구제역 바이러스 또한 이러한 매개체를 통해 이미 퍼져 나간 후였다.


백신 접종시기를 잘못 판단한 것도 구제역 확산에 한몫했다. 방역 당국은 구제역이 발생한 지 한 달뒤인 지난해 12월 25일에야 백신접종을 시작했다.


정부가 백신 도입을 꺼린 이유는 '구제역 청정국 지위' 유지 때문이다. 접종이 시작되면 최소 6개월 동안 청정국 지위를 잃어 수출에 차질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한 해 20억원에 불과한 축산물 수출을 위해 3조원이 넘는 국민혈세를 부담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더욱이 정부는 초기 접종대상을 소에 한정했다. 바이러스 전파력이 소의 3000배에 달하는 돼지는 개체수가 많다는 이유로 열흘이나 뒤늦게 접종을 시작한 것이다. 당연한 결과지만 이같은 '사후약방문'식 대처로 구제역 확산세를 꺾지 못했다.


◆ 침출수 등 2차오염 후폭풍 = 전염 속도는 일단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대규모 가축 매몰로 인한 침출수 문제로 인근 주민들이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방역 당국은 매몰지 일대에 대한 보강을 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고 여기에 봄비까지 내리면서 구제역 매몰지는 또 하나의 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기온 상승으로 부패가 활발해지는 해빙기에 침출수가 많아지면 매몰지 표면이나 지하 유출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축 매몰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다는 증거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강원도 횡성군 가축 매몰지 2곳이 상수원 보호구역 안에 있는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다른 곳으로 이전됐다.


또 지난 4일 경기 용인시 인근 매몰지 3곳은 비닐 없이 돼지를 묻은 것이 확인돼 인근 지역으로 이전하기도 했다.


가축 매몰지는 전국적으로 4000곳이 넘는다. 정부가 매몰지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걱정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이유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우기가 닥치기 전에 매몰지를 보강하고 침출수를 빼내 하수처리장에 보내는 등 2차 피해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며 "수질 오염에 대비해 정밀 조사와 함께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김승미 기자 askm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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