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한국은행이 젊어졌다. 김중수 총재의 인사개혁으로 인해 국·실장급의 평균 연령이 3~4년 정도 낮아졌다. 이례적으로 40대 후반이 지역본부장에 선임되는 일도 생겼다. 여성·지방대학 출신의 승진도 2배 늘렸다.
'신의 직장', '철밥통'으로 대변되는 한은의 폐쇄성을 타파하고, 조직 내에 실력을 기반으로 한 자유로운 경쟁 분위기가 형성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일 한은이 발표한 '2011년도 정기인사'에 따르면 이번 인사의 특징은 '젊음'과 '파격'이다. 정년이 임박하거나 장기 근무한 국·실장 16명은 현직에서 배제되고, 그 자리를 64년생~58년생(만 47세~53세)인사가 대신했다.
허재성 인재개발원장, 강태수 금융안정분석국장, 허진호 국제경제실장, 홍승제 국제협력실장, 차현진 워싱턴주재원, 성병희 금융시스템부장, 강재택 외환업무부장 등이 전진배치된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정희식 한은 총무국장은 "이전에는 40대 후반이 국·실장을 하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라며 "기존 대비 2~3년, 4~5년 연차가 낮은 인사들이 채택돼 상당히 파격적인 인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허진호 국제경제실장, 강재택 외환업무부장은 1급 승진 후 바로 보직을 받았고, 홍승제 국제협력실장과 차현진 워싱턴주재원, 성병희 금융시스템부장 역시 2급서 1급으로의 승진 없이 바로 보직을 받은 사례다.
해당 업무에 전문성을 가진 인재도 대거 발탁됐다. 허재성 인재개발원장은 글로벌 인재 양성에, 강태수 금융안정분석국장은 금융안정위원회(FSB),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등의 업무에 중점을 두어 선임했다고 한은 측은 밝혔다.
40대가 본부장(국장, 1급)으로 승진한 것도 2003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박성준 제주지역본부장이 바로 그 주인공. 해당 지역에 연고가 있는 인사를 배치한다는 김 총재의 원칙 덕택에 2급에서 가장 먼저 승진했다. 이밖에도 윤면식 경기지역본부장, 강성윤 경남지역본부장 등이 지역 연고가 있어 배치된 인사다.
지방대학 출신 및 여성인력 승진도 크게 늘었다. 이번 인사에서 지방대학 출신 인사가 13명(국장급 1명, 부국장급 2명, 차장급 3명, 과장급 7명), 여성인력이 총 13명(부국장급 1명, 차장급 2명, 과장급 10명) 승진했다. 비율은 전체 승진자 중 12.5%로, 최근 5년간 평균 승진비율(5.1%)의 2배에 달한다.
정희식 국장은 "총 104명이 승진해 예년보다 규모가 커 보이지만, 연 2번의 인사를 1번으로 줄이면서 봄에 인사가 몰려 규모가 늘어난 것처럼 보일 뿐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는 2~4급들이 부총재보급의 승인 없이는 해당 직군을 벗어날 수 없도록 한 '직군제'가 공식적으로 폐지된 후 진행된 첫 인사다. 직군제 폐지로 인해 한은의 실질적 인사권은 부총재보들에게서 총재 1인에게로 몰리게 됐다.
이에 따라 한은은 향후 인사 관련 사항을 전반적으로 논의하는 '경영인사위원회'를 오는 4일 발족한다. 이 위원회에서 부총재보 및 부총재는 위원으로 참석해 총재에게 인사에 대한 조언을 하게 된다.
한편 이번 인사로 한은이 '신의 조직'이라는 오명을 벗게 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 총재는 인사발령 직후 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한국은행을 "창립 이래 60년 역사상 가장 고령화된 조직"이라고 지적하며 '파격' 인사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메일에서 "직장과 정년이 보장된 상황이 우리 조직의 이미지가 돼서는 안 된다"며 "단점은 과감히 공개하고 도려내 몇 단계 뛰어넘는 변화를 이뤄내자"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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