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증권사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장기전략으로 해외진출이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2009년 금융위기 여파로 주춤했던 증권사들의 해외진출이 지난해와 올해 들어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해외사업은 과거 ‘일단 나가자’식의 묻지마 진출이 아닌 국제금융의 중심으로 떠오른 아시지역을 주요 타킷으로 설정하는 등의 틈새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9개의 증권회사가 83개의 해외점포(현지법인 45개, 지점 2개, 사무소 36개)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회사 해외점포 자산총계는 12억5100만달러로 2009년 9월말 10억7100만달러에 비해 1억8000만달러(16.8%) 늘었다. 자기자본도 9억4900만달러로 2800만달러(3.0%)로 증가했다.
실제 삼성증권은 올해 싱가포르와 대만 시장 진출을 위해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싱가포르는 이미 라이선스를 신청했고 대만은 이달 중 신청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인도와 인도네시아에도 거점을 확보해 2015년까지 '아시아 톱 5' 증권사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경쟁력을 갖춘 해외점포로 키우기 위해 안정적인 수익기반 확보와 리스크관리 능력 제고를 위한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증권도 22일 중국 상해에 사무소를 열었다. 상해사무소는 2009년 문을 연 북경사무소에 이은 두 번째 중국 사무소로, 중국 내 QDII(적격국내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국물 주식 투자중개(Equity Sales)를 위한 정보수집 및 시장조사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대우증권은 지난해 홍콩현지법인을 Asia Pacific Headquarter로 격상시키고 자본금을 1억불까지 대폭 확대하며 아시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상해사무소 개소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홍콩현지법인 및 북경사무소와 협력해 아시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달 중국 IB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북경에 ‘북경우리환아투자자문사’를 신규 설립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북경 투자자문사는 자본금 2000만 위안(한화 약 33억8000만원) 규모의 현지 법인이다. 또 북경리서치센터의 주희곤 애널리스트가 법인대표를 맡았다. 리서치(Research)부와 CFO를 포함한 경영지원부 등 3개 부서에 모두 11명이 근무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도 지난해 5월 홍콩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하나대투증권이 해외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앞으로 홍콩 현지법인을 아시아시장 진출의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하나대투증권 홍콩 현지법인은 해외 기관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리서치 제공, 국내 주식 중개 등의 업무를 하고 점진적으로 기업금융 관련 업무까지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5년 ‘아시아 TOP5 투자은행 진입’이란 중장기목표를 이루기 위해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등과 연계된 직접투자, 금융자문 서비스, 인수중개업무 등을 펼치고 있다.
홍콩법인의 경우 도이치 증권 등 해외 유수 IB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외국인 인력을 영입하고 본사 자기자본 투자부서와 협력해 홍콩을 포함한 범중화권 IB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베트남 현지 증권사인 EPS증권과 지분 인수계약을 체결해 지분 49%를 인수하여 최대주주가 됨과 동시에 대표이사, 이사회 등 실질적 경영권도 확보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올해 브라질과 홍콩을 주요 무대로 공략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해 8월 아시아 증권사 최초로 현지설립한 브라질 법인의 웹트레이딩시스템을 오픈하는 등 현지 영업에 대한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은 지난 해 11월 종합증권사 라이센스를 취득한 캄보디아 지역에 대한 영업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홍콩법인을 거점으로 아시아시장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 본격화되면 기존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네트워크과 연계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방침이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동서증권을 인수했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10개국 중 대표국가로 2008년 6.2%, 2009년 4.5%씩 경제 성장을 이뤘으며, 지속적인 외국인 투자증가와 정부의 인프라 투자 정책에 따라 투자유치실적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자원대국으로 글로벌 경제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플러스의 경제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한편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해마다 해외진출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실제 수익은 크지 않아 내실을 다질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해외점포는 81개로 2006년 말 38개, 2007년 50개, 2008년 69개 등에서 매년 증가추세다. 하지만 이중 영업활동을 하는 법인과 지점은 총 47개에 불과한 상태로 절반이상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규성 기자 bob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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