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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출신 평교사 교장 ‘엇갈린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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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공모를 통해 교장으로 선발된 서울 지역 전교조 출신 교사 2명의 운명이 극단으로 엇갈렸다. 임용후보자로 결정된 후 교사 잡무를 90% 이상 줄이며 혁신학교 운영의 모델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는 상원초 이용환 교사는 다음 달 초 교장으로 부임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신춘문예 당선 경력의 영림중 박수찬 교사는 공모 절차상의 이유로 임용이 거부됐다. 전국적으로도 4명의 평교사 출신 교장 임용 후보자 가운데 2명은 임용이 결정됐지만 2명은 임용이 어려워졌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는 23일 ‘3월 1일자 임용예정 교장공모제 추진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시교육청(교육감 곽노현)과 강원도교육청(교육감 민병희)이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통해 임용 후보자로 추천한 구로구 영림중과 춘천 호반초등학교 교장에 대한 임용 제청을 거부하는 내용이 담겼다. 두 후보자는 모두 전교조 소속 평교사 출신이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전국 377개교의 공모교장 후보자 중에서 이들 두 명을 제외한 375개 교장 후보자만 임용 제청하기로 했다. 전국적으로 보면 교장공모제에 지원한 전교조 평교사 4명 중 2명이 임용 거부(서울 구로 영림중, 강원 춘천 호반초)됐고 2명(서울 노원 상원초,경기 고양 상탄초)은 임용된다.

교과부는 두 학교의 공모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영림중에 대해 교과부는 “1차 심사에서 서류심사, 학교경영계획 설명회 개최, 심층면접을 통해 종합적으로 심사하도록 한 서울시교육청 및 학교 자체 공고문을 위반했고 서류 심사만으로 지원자 중 5명을 탈락시키는 등 교과부 및 교육청 지침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자체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사전 연수를 실시하지 않았고 심사절차의 공정성을 위반한 사항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호반초에 대해서는 "일부 심사위원이 특정 심사대상자의 심사표에 공란으로 둔 항목을 0점으로 처리해 단순 합산하는 등 불공정한 방법으로 심사를 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한 명만을 심의·추천해 3배수 추천 지침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교육청은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장공모 절차에서 일부 절차상 미숙함은 있었지만 공정성을 훼손할 만한 하자가 없었다"며 교과부의 결정에 반박하고 나섰다. 강원도교육청도 "교과부가 의도적으로 트집 잡기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반발하면서 "내부형 공모제를 재추진할지 일반 교장을 임명할지를 검토해 빠른 시일 내에 결론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대 교원단체들도 충돌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장석웅)은 이날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갖고 “교과부가 밝힌 거부 사유는 지엽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특히 "영림중의 경우 어겼다는 지침들은 모두 서울시교육청에서 학교 구성원 합의가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던 것들"이라며 "사실상 탈락이란 결과를 미리 정해놓고 이유를 갖다붙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안양옥)은 “상원초와 상탄초에서도 공모가 불공정했다는 의혹이 있었다”며 “교과부가 교육감과 전교조의 눈치를 봤다”고 주장했다. 교총 측은 또 교과부의 이번 결정이 ‘일부수용·일부거부’라는 형태로 양쪽을 고려한 절충형 결론을 내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달 2일 개학을 앞둔 이들 학교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개학을 1주일도 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교장이 임명되길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시간이 다소 촉박하지만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과 학교 혁신을 바라는 학부모 견해 등을 토대로 교장 후보 재공고 등의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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