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대한통운 M&A 컨소시엄 구성설
‘파트너 동반참여’ 악몽 많아 망설여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손을 내밀까?"
대한통운 인수전이 본격화 된 가운데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포스코가 경쟁사와 손을 잡을 지 여부가 주목된다.
이유가 있다. 과거 다른 기업 인수전에서 포스코는 파트너와 함께 참여해 재미를 못 봤기 때문이다.
지난달 13일 CEO포럼에서 정준양 회장이 "(대한통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후 포스코는 본격적인 작업을 진행한 상태다. 지난 21일에는 대한통운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 M&A실과 노무라증권으로부터 투자 안내서를 받아 실무진에서 검토를 하고 있으며, 입찰의향서(LOI) 접수일인 내달 4일까지는 인수전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인수대금 부담을 줄이고 회사와 직접적인 시너지가 없는 대한통운의 택배사업에 관심을 가질만한 업체를 대상으로 컨소시엄 구성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통운의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2010년 3ㆍ4분기말 기준)은 육상운송 32.5%, 해상운송 34.7%, 택배 23.1%, 부수사업 9.7%로 택배 사업 규모가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철강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포스코와 패밀리의 사정상 육상운송과 해상운송에 비해 소화물 위주의 택배사업은 시너지를 낼 부분이 거의 없다. 이 점이 포스코의 고민이며, 컨소시엄 구성 안이 떠오르는 이유다.
문제는 누가 포스코와 손을 잡으려 할 것이냐는 것이다. 포스코는 두 번의 굵직한 기업 인수전에 파트너와 함께 참가했다가 패배한 기억이 있다. GS와 함께 추진한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이 대표적이다. 지난 2008년 10월 13일 본입찰 서류를 제출했다가 GS가 돌연 인수를 포기해 컨소시엄이 무너졌고, 포스코는 결국 한화에 밀렸다.
앞서 2004년에 벌어진 한보철강 인수전의 상처도 크다. 당시 포스코는 전략적 우군인 동국제강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인 INI스틸(현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과 2파전을 치뤘다. 포스코는 한보철강에 대한 욕심보다 현대의 고로 사업 진출을 막겠다는 의도가 컸다. 현대그룹에서 독립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함께 고로 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했고, 한보철강은 마지막 기회였다.
포스코와 손잡은 동국제강은 2대 회장인 고 장상태 회장이 고 정 회장과 손을 잡았다가 일방적으로 결렬 당한바 있어 현대차그룹에 대한 앙금이 남아 있던 상황이었다.
치열한 경쟁 끝에 금액에서는 차이가 없었으나 포스코 컨소시엄은 고용보장 등 부수 조건에서 INI스틸-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두 번의 패배로 인해 포스코는 시장으로부터 인수ㆍ합병(M&A)은 물론 파트너와의 공조 능력에 대한 우려를 받았다.
정준양 회장 취임후 이러한 눈초리를 사그라 들게 하려는 포스코의 노력은 대단했다. 지난해 대우인터내셔널을 단독으로 입찰해 새가족으로 맞아들였고, 이제 두 번째 식구를 맞을 준비를 진행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소통경영을 지속해 온 정준양 회장의 경영 능력이 다시 한 번 발휘돼야 할 시점이 됐다"라면서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그가 어떤 운용의 묘를 펼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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