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했다. 작은 물이 모여 큰 내를 이루듯 교육은 그렇게 이루어 지고 있었다. 지난 11일 '1인 졸업식'이 일제히 열린 강원도 영월과 옥계, 횡성의 작은 학교들이 그랬다. 1인 졸업식을 끝으로 적게는 50년에서 많게는 70~80년이나 되는 역사를 뒤로하고 문을 닫는 학교들을 지켜보면서 사라지는 것들이 무엇인지 정리해봤다. 아이들이 떠난 학교를 되살리는 것은 어려워보였다. 남아 있는 백발의 주민들은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학교의 문을 닫기 전에 아이들을 마술피리로 불러모은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했다. 학교가 살아야 마을이 산다고... 한번 없어진 학교를 다시 살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1인 졸업식'을 지켜본 사람들은 모르는 듯 했다. 마지막 1인 졸업식을 준비하던 학교의 이야기와 정부의 대책을 들어보았다.
◆ 시골학교 '사람ㆍ관계ㆍ사랑'을 배우는 아이들 = 지난 11일 졸업식을 앞둔 영월 옥동초등학교의 아이들은 교실에서 색색의 종이학을 접고 있었다. 4명의 여자아이들은 1000마리의 학을 접어 선생님께 졸업선물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졸업생 박지연 학생은 "지금 반도 못 접어서 큰 일났어요. 선생님 몰래 해야 하니까 선생님 갑자기 들어오시는지 망 좀 봐주세요"라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처럼 아이들은 학교에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맺기를 자연스레 배운다. 아이들은 선생님에게서 받은 사랑을 자신들만의 언어로 다시 돌려주는 의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배우지 않고도 자연스레 알게 된 것이다.
횡성 강림초등학교 부곡분교의 윤혜림 학생은 6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선생님께 예쁜 편지를 남겼다. 개학을 하루 앞둔 지난 6일에 혜림이는 '내일이면 선생님이랑 동현이 오빠, 유나, 주광이를 볼 수 있겠네요. 오랜 만의 만남이라 떨려서 잠이 안 올 것 같아요. 선생님, 우리에게 공부도 가르쳐 주시고 혼도 내 주셔서 감사드려요. 선생님과 같이한 시간은 잊지 않을게요'라고 썼다. 혜림이는 '선생님도 우리들과 함께했던 시간과 추억을 잊지 마세요'라는 말과 '작은 하나의 기쁨이라도 아주 소중한 것 아시죠? ... 선생님, 몸 건강하시고요, 앞으로도 몸 건강하시고 행복하게 지내세요'라는 말로 편지를 맺었다. 이들에게 폐교를 앞둔 학교는 사랑을 몸으로 익혀온 엄마의 자궁같은 곳이었다. 부곡분교가 폐교되면서 혜림이의 담임 신필옥 선생님은 이제 학교를 떠나게 됐다.
◆ 가르치는 게 행복한 선생님들 = 학생이 선생님을 폭행하고 교사가 학생들을 체벌할 수 없어서 교권을 지킬 수 없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는 것이 현재 교육계의 서글픈 단면이다. 하지만 시골학교에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는 선생님들이 있었다.
강림초등학교 부곡분교에서 3년 동안 학생 4명을 가르쳤던 신필옥 선생님은 "3년 동안 매일 2시간 30분을 왕복하며 100Km를 출퇴근했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면서 "인원이 적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최대한 많은 것들을 해 줄 수 있었고 또 학부모들과도 거리감 없이 소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 선생님은 '가르쳤다'고 말하지 않았다. 울고 웃으며 그저 '함께 했다'고 말했다. 그는 "22년 동안 교단에 섰지만 많으면 35명을 지도하던 다른 곳에서의 경험과는 전혀 다른 기억"이라며 "가족이나 친구처럼 아이들과 생활했던 행복했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시골학교 통폐합과 관련해 옥계초등학교 홍남표 선생님은 "교육을 경제 논리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홍 선생님은 "대규모 학교가 폭넓은 인간관계 형성 등에서 장점이 있겠지만 소규모 학교의 장점도 분명하다"면서 "소규모 학교는 여유 있는 인성교육이나 상담활동이 가능하고 학생들에게는 학교를 넘어 문화와 놀이 공간으로도 기능한다"고 설명했다. 홍 선생님은 "아이들과 직접 맞닿는 시골 소규모 학급에서는 생활 속에서 공부보다 더 많은 것들을 가르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교과부 "폐교 불가피하지만 전원학교에서 장점 살릴 것" =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총 381개의 본교와 분교가 문을 닫았고 17곳의 학교가 분교로 격하됐다. 교과부는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통폐합을 결정해 왔으며 복식학급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교육환경 조성 등을 위해 필요한 방향이라는 입장이다. 지나치게 소규모 학급을 운영할 경우 교원 활용에서 비효율이 발생하고 학생들도 오히려 폭넓은 교육혜택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농산어촌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원들은 '보다 많은 학생들과 어울려서 생활하고 공부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내년까지 전국에 300곳의 전원학교를 지정해 학생이 돌아오는 농산어촌 학교의 모델을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새로 입학할 학생이 전무한 지역 등의 경우 분교의 폐교가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면서 "다만, 농산어촌 지역의 학교들만이 가진 특징과 장점이 있는 만큼 이런 점들을 전원학교에서는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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