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시민 혁명이 불과 18일 만에 호스니 무바라크의 30년 독재 체제를 무너뜨렸다. 이집트 국민의 위대한 승리다. 하지만 아직은 절반의 성공이다. 지난 30년간의 권위주의적 독재 체제를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더 큰 과제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군사독재에서 민주화에 이르기까지 1987년 6월 민주항쟁 등 숱한 곡절을 겪어야 했던 우리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 민주화 과정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
이집트 군 최고위원회는 어제(현지 시간)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에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약속했다. 의회를 해산하고 헌법의 효력을 중지시키는 등 본격적인 정치개혁 절차에 착수했다.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 등 국제사회와 맺은 모든 협정도 지키겠다고 밝혔다. 바람직한 조치다. 그러나 시위대 일부는 명확한 민정이양 일정 제시 등 군부에 보다 만족할 만한 후속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상황은 아직 유동적인 셈이다. 군부는 조속한 민주 정부 수립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튀니지에 이어 이집트의 독재 정권이 무너지면서 중동과 북아프리카에는 변화의 바람이 더 거세졌다. 알제리, 예멘,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요르단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알제리와 예멘에서는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과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사우디에서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정치적 결사체가 처음으로 생겨났다고 한다.
중동 지역의 정국 불안은 세계 정치와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1989년 체코의 '벨벳 혁명'이 기폭제가 된 동유럽의 민주화 바람이 1991년 구 소비에트연맹의 붕괴를 촉발하고 그로 인해 냉전이 종식되는 등 글로벌 정치 및 경제체제가 급속하게 변화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격변하는 중동지역 사태의 추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집트 시위가 격화할 당시 세계 증시와 유가가 흔들린 것에서 보듯 글로벌 시대에는 국지적 불안이라도 그 영향이 작지 않다. 이집트는 물론 중동 지역의 질서변화가 가져올 정치 및 경제적 파장을 면밀히 분석해 우리의 대응 전략을 미리미리 세워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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