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영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투자지혜연구소장
'한달 만에 ○조원 몰려' '○○펀드, 높은 인기' '강남부자들 ○○에 투자한다'
언론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제목들이다. 이런 기사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투자자들의 인기를 모을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는 투자자의 기대와 다른 경우가 오히려 많다. 상당수는 펀드 판매회사의 마케팅에 의한 경우가 많다. 펀드 판매회사가 어떤 특정 펀드를 밀기로 하고 투자자들에게 적극 권유하면서 그 쪽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이다. 그러면 이를 집계해서 펀드 판매회사들은 언론에 적극 홍보한다. 이런 매커니즘을 이해한다면 단순히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해서 투자할 일은 아니다.
실제 이런 사례는 무수히 많다. 예를 들어 지난 연말 중국본토 펀드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신문기사에 연일 '없어서 못 판다' '곧 품절된다'는 등의 기사가 나왔다. 소위 '전문가'들도 중국 소비시장의 성장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중국본토 펀드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중국의 소비시장의 성장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마치 새로운 '금맥'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실제로는 당시 잘 나가던 자문형 랩이 금융당국의 감독 강화로 잠시 주춤하자 증권사들이 중국본토 펀드 판매로 잠시 발길을 돌린 것이다.
요즘 중국본토 펀드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면 '중국본토 펀드 수익률 한겨울' '위기의 중국펀드 홍콩이 대안?' '중국본토 펀드 인기 식었나' 등이다. 과거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분위기다. 결국 없어서 못 판다는 말에 덜컥 가입했던 투자자들만 손해를 본 꼴이다. 이는 예측의 실패에 대해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알 수 없는 단기적인 미래를 자꾸 예측하며 상품을 판매하는 영업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이러다 보니 펀드 판매회사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자꾸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금이 몰려든다는 얘길 들으면 왜 관심을 갖게 될까? 귀가 얇기 때문일까? 일반적으로 사람은 자신이 선택한 일이 무엇이든지 간에 사후에 적절치 못한 것일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후회회피(Regret Aversion)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이런 편견은 잘못된 의사결정에 따라 고통스러운 후회를 하지 않고자 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런 심리 때문에 투자자들은 다른 많은 사람들이 가입한 펀드에 함께 투자하는 것이야 말로 미래의 후회를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군중 안에 있으면 설사 그게 잘못된 결정이라고 나중에 판명이 나더라도 상대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갖는다. 자금이 몰린다는 식의 마케팅은 투자자들의 이러한 심리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심리적 편견을 극복하는 것은 간단치는 않다. '다시는 속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더라도 시간의 흐르면 귀가 솔깃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행동재무학에서는 이런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투자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떤 투자를 권유 받았을 때 막연히 금융회사 직원의 말만 듣고 덜컥 투자하기보다는 자신의 투자목표에 적합한지 여부를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단순히 자금이 몰린다는 '유망펀드'를 쫓기 보다는 자신의 투자목적에 맞는 펀드를 골라 장기로 투자하는 것이 지혜로운 자산관리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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